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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 자유롭고자 했던 ‘여성’ 작가, 정강자 첫 회고전
아라리오갤러리, ‘정강자: 마지막 여행은…’ 전
서울과 천안 동시에 열려…작가 작고 이후 첫 회고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한국 아방가르드미술의 대모 고 정강자(1942~2017)의 첫 회고전이 열린다.

지난해 지병으로 타계한 그의 예술적 성취와 생애를 살펴보는 전시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과 천안은 1월 30일부터 ’정강자: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를 개최한다. 서울과 천안,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리는 전시엔 정 작가의 대표작과 최근작, 아카이브가 모였다. 

한국 초기 전위예술을 이끌었던 고 정강자(1942~2017)의 첫 회고전이 아라리오갤러리 서울과 천안에서 열린다. 사진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전시전경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정강자는 ‘청년작가연립전’ 등 1967년 당시 주류 미술에 반발한 젊은 작가들을 응집한 기념비적 전시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건 1968년 명동 세시봉에서 행했던 퍼포먼스 ‘투명풍선과 누드’다. ‘현대미술은 어떻게 감상하여야하나’ 라는 강연과 함께 공연된 이 퍼포먼스는 존 케이지풍의 전자음악과 조명을 배경으로 면도칼에 의해 옷이 벗겨진 작가의 몸에 출연자들과 관중이 풍선을 붙이고 터트리는 행위로 구성됐다. 당시엔 여성작가의 ‘누드’라는 것 만으로도 큰 이슈가 됐다. 작가는 “사람들과 언론들은 ‘누드’에 초점을 맞췄지만, 영원히 남는 작품이 아닌, 순간에만 일어나는 사건인 ‘시간의 작품’, 즉 ‘해프닝’을 시연하고자 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정강자, 사하라 The Sahara, 1989, Oil on canvas, 162.2 x 130.3 cm [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정강자, 환생 The Rebirth, 1985, Oil on canvas, 161 x 260 cm [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정강자, 빠른 템포로 춤추는 여자 Woman Dancing in Rapid Tempo, 2015, Oil on canvas, 162 x 130.3 cm [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서울]

이렇듯 정강자는 한국현대미술 초기 해프닝과 퍼포먼스를 이끌며 1960~70년대 한국 문화계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특히 자신의 여성성을 숨기지 않는 과감한 작업과 행보로 신문 지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후 1970년대 후반부터 회화작업에 전면, 자신의 삶을 다양한 여성성과 자연물, 기하학적 형태로 투영해 왔다.

아라리오 서울에서 열린 전시엔 1968년 퍼포먼스 작품인 ‘억누르다’를 재연한 작품을 비롯 시대별 대표작들이 모였다. 대형 목화솜을 겹쳐 쌓고 그 가운데를 대형 쇠 파이프로 눌러 놓은 작품이다. 가벼운 솜이 철제 파이프의 무게에 짓눌리는 효과를 통해 당시 성별 이데올로기와 성정치의 역학관계를 보여줬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더불어 퍼포먼스 당시 영상과 사진, 신문스크랩 등 아카이브도 선보인다. 반면 천안에서는 시대별 작품을 총망라해 보여준다. 

정강자_홍익대학교 회화과 4학년 실습실에서_1966_고 정강자 유족 제공 [사진=아라리오갤러리]

전시의 제목인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는 작가의 2015년 작품에서 따왔다. 사막을 배경으로 자유롭게 춤추는 여인의 나체가 투사된 이 작품은 평생을 자유롭고 싶어했던 작가이자 여성인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초기작인 ‘명동’(1973)과도 수미쌍관이다. 통이 넓은 나팔바지를 입고 윗옷을 벗어버린채 젖가슴을 활짝 내밀고 명동거리를 활보하는 자신을 그렸다. 화구를 매고 관객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에서 한국 가부장사회의 시선을 거부하고 여성의 주체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작가의 싸움이 얼마나 긴 시간을 이어왔는지 짐작케 한다.

타계하기 전인 2016년 말부터 준비했던 이 전시는 살아 생전 대규모 회고전이 아닌 작고 후 첫 회고전이 돼버렸다. 아라리오갤러리는 “한국 현대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작가인 정강자는 국내 여성 아방가르드 작가의 선발주자와도 같은 존재”라며 “197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작가였음에도 연구가 적은 한편, 여성의 신체를 차용한 작업에 대해 선정적 시각을 감내하는 등 이중 소외에 시달렸던 작가”라고 평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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