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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 G-11] 그곳엔 이효석, 닥터지바고, 문학도 넘친다
한글博, 평창 ‘겨울 문학 여행’ 특별전
이효석, 한강, 역대 개최지 겨울문학 전시
닥터지바고, 안데르센 입체 연출로 부활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평창의 작가’, 이효석1907-1942에겐 메밀꽃, 물레방앗간, 허생원, 성서방네 처녀 만 있는게 아니다.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릴 줄, 그가 예견했을 리는 없지만, 겨울 마저 아름다운 평창이 고향인 그에겐 겨울 문학도 적지 않다.

성수부(聖樹賦)(1936)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겨울나기에 대한 단편 소설로, 사람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벽공무한(碧空無限)(1941)은 만주국 치하 하얼빈과 경성을 배경으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박영국)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ㆍ패럴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이효석의 평창을 비롯한 역대 동계올림픽 개최국 및 개최 예정국의 겨울 문학을 소개하는 특별전 ‘겨울 문학 여행’을 29일부터 3월 18일까지 연다.

이효석 외에도 한국의 문학가들은 한겨울 푸르른 소나무 등으로 대변되는 인내와 새로운 희망의 키워드로 겨울을 그렸다. 이번 전시에는 시와 소설 67편, 어린이 동화 35편, 동요와 동시 30편의 총 132편을 만날 수 있다.

여류 시인 황진이는 그리움을 ‘동짓달 기나긴 밤’으로 표현했다. 로맨티스트 백석(1912-1996)은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1938)에서 푹푹 내리는 눈으로 더러운 세상을 덮어 버리고 ‘흰 당나귀’처럼 현실에 없는 이국적 환상을 그린다.

이번 전시에는 김광균(1914-1993)의 시 ‘설야’(1938),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맨부커상 수상 작가인 한강(1970-)의 ‘내 여자의 열매’(2000) 등을 만날 수 있다. 이인직(1862-1916)의 연극 소설 ‘은세계’(1908), 김승옥(1941-)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1965), 김종길(1926-2017)의 시집 ‘성탄제’(1969), 이청준(1939-2008)의 소설 ‘눈길’(1977), 윤선도 ‘어부사시사’ 등의 정서도 입체적으로 전달된다.

▶10개 언어권 13개국의 겨울 문학= 이번 전시는 동계올림픽 제1회 개최국인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에서 북미, 다시 동아시아의 중국과 일본, 마지막 한국에 이르는 겨울 여정을 따라가며, 겨울 문학 속에 나타난 각 나라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과 정서를 보여 주고자 기획하였다. 그간 겨울을 주제로 한 특별전시는 전통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주로 다루어 왔다. 이번 전시는 ‘문학적 관점’에서 겨울을 조명한 전시로는 국내 최초이며, 세계 겨울 문학의 흐름과 문학적 심상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라는 평창동계올림픽 취지에 걸맞게 1924년 제1회 프랑스 샤모니 대회로부터 제24회 중국 북경 대회에 이르기까지 10개 언어권 13개국의 대표적인 겨울 문학을 아우르고 있어, 올림픽 기간 중 한국을 방문한 세계인 누구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다.

▶동아시아 114, 유럽 101, 북미 38편= 겨울 문학 작품은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문학 101편, 북미 문학 38편, 한중일(韓日中)의 동아시아 문학 114편, 어린이 문학과 노래 201편의 총 454편을 선보인다. 중국 당나라 유종원(柳宗元, 773–819)의 시 ‘눈 내리는 강(江雪)’, 19세기 미국의 대표적 지성인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1803-1882)의 시 ‘폭설(The Snow-Storm)’, 설원을 배경으로 연인들의 사랑과 역경을 그린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Борис Пастернак, 1890-1960)의 소설 ‘닥터 지바고 Доктор Живаго’(1955) 등 문학적 가치가 높고 널리 사랑 받아온 대표적인 겨울 문학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원어와 한국어 번역본을 비교하면서 읽어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겨울 시’ 53편을 우리말로 번역해 처음 소개했다. 오스트리아 시인 게오르크 트라클(Georg Trakl, 1887-1914)의 ‘12월 소네트(Dezembersonett)’(1909-1912), 캐나다 시인 아치볼드 램프맨(Archibald Lampman, 1861-1899)의 ‘나무꾼의 오두막(The Woodcutter‘s Hut)’ 등이 있다.

▶ 각국 대사관이 추천하는 겨울 문학= 전시 작품 중에는 중국, 독일, 스위스, 노르웨이, 캐나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7개국 대사관의 추천과 협조를 받은 겨울 문학 작품도 있다.

주한 스위스 대사관은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요한나 슈피리(Johanna Spyri, 1827-1901)의 소설 ‘하이디(Heidis Lehr-und Wanderjahre)’(1881), 주한 중국 대사관은 대표적인 현대 여류작가 샤오훙(蕭紅, 1911-1942)의 소설 ‘호란하 이야기(呼蘭河傳)’(1941), 주한 독일 대사관은 독일의 대표 겨울 동화인 그림 형제(Brüder Grimm)의 ‘홀레 아주머니(Frau Holle)’,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은 국민작가 요 네스뵈(Jo Nesbø, 1960-)의 인기 추리소설 ‘스노우맨(Snømannen)’(2007), 주한 캐나다 대사관은 캐나다 원주민 이누이트의 현실을 보여주는 팔리 모왓(Farley Mowat, 1921)의 소설 ‘잊혀진 미래(People of the Deer)’(1952),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은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Primo Levi, 1919-1987)의 소설 ‘이것이 인간인가(Se questo è uomo)’(1974) 등 다수의 작품을 추천했다.

각 나라 대사관에서 추천을 받은 문학 작품에는 눈 모양의 홀로그램 스티커를 붙여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기발하고 다채로운 전시 연출 =전시는 크게 2부로 구성된다. 1부 ‘겨울 길을 떠나다’는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과 북미를 거쳐 마지막 한국까지 겨울 길을 떠나는 여행 분위기를 연출하고, 나라별 문학적 특징에 맞춰 세부적인 공간을 구성하였다. 유럽은 알프스 산맥을 형상화하고, 북유럽은 빛과 조명으로 신의 빛 오로라를, 러시아는 신비로운 얼음 왕국을, 북미는 겨울의 한기를 녹이는 따뜻한 집안을, 동아시아는 자연의 조화를 살린 공간을 연출하였다. 각 나라의 겨울 문학 특징을 살린 전시 연출을 통해 문학적인 이해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다.

2부 ‘겨울의 만남’은 세계 명작 동화와 한국의 아동 문학을 소개하며, 나라별 구분 없이 모두가 함께 즐기는 자리를 만들었다. 덴마크 한스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1875)의 ‘눈의 여왕(Stjärnöga)’(1845)과 이탈리아 카를로 콜로디(Carlo Collodi, 1826-1890)의 ‘피노키오의 모험(Le Aventure di Pinocchio)’(1883) 등을 비롯한 세계 명작 동화와 윤동주(1917-1945)의 동시 ‘개’와 ‘눈’(1936), 강소천(1915-1963) 작사 한용희 작곡의 동요 ‘꼬마 눈사람’(1955), 이상교(1949-)의 동시 ‘눈 내린 새벽’(2015) 등 우리말의 느낌과 정감을 살린 고운 노랫말이 전시된다.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는 즐거운 동심의 세상을 체험할 수 있다.

한편 전시 이해를 돕는 다양한 체험 영상들도 감상의 묘미가 될 것이다. 전시 도입부에 겨울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3D 애니메이션, 1부 한국 겨울 문학 코너에 ‘힐링 썰매’(글 조은, 2016)의 김세현 작가 그림을 응용한 2D 애니메이션, 2부에 이수지 작가의 그림동화 ‘선’(2017)을 응용해서 만든 2D 애니메이션 2종, 겨울 한라산을 배경으로 나라별 겨울 단어 체험을 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영상 등이 마련됐다.

이효석의 문학 세계를 조명하는 복합 문학 공연이 2월 28일 오후 7시 박물관 지하 1층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3월 7일(수) 오후 3시 강당에서 어린이 동요 공연 ‘백창우와 굴렁쇠 아이들’도 진행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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