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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서와, 해변한옥촌은 처음이지’…관광객에 손짓하다
망상 해변백사장 인근 올림픽 숙소 손님맞이 분주…약천 문화마을 웰빙기운 충만·묵호등대 벽화마을 ‘한국의 산토리니’

애국가 영상, ‘겨울연가’, ‘착한남자’ 드라마 배경 추암해변과 신선놀음의 무릉계곡, ‘동창이 밝았느냐’ 시조의 배경지 약천문화마을, ‘상속자들’의 촬영지 논골담길, 아름다운 ‘비정형 빌딩’의 야경 등 동해시가 가진 매력은 무수히 많다.

최근 시민의 자부심을 높일 일이 또 생겼다. 국내 최초로 해변 백사장 바로 옆에 지은 ‘망상 해변 한옥촌’(10개동 23실)이 2018 평창-강릉 동계올림픽의 숙소로 선정됐다는 점이다. 알파인 스키가 열리는 정선 바로 옆이고, 얼음 종목이 치러지는 강릉 바로 아래, 올림픽 배후관광지로서 지구촌 손님들을 맞기 위한 동해시민의 분주함이 개최지 못지않다. 공정가격 숙식비는 평소와 똑같다.

망상 해변 한옥촌은 동아시아 여느 한옥마을의 운치를 모두 갖추고도, 파도 소리를 지척에서 듣는 강점을 더한 곳이다. 망상 오토캠핑리조트 북쪽에 있다. 한옥촌 앞 해변 데크길을 거닐며 바다 내음을 맡는 아침 산책의 풍미를 김삿갓인들 느껴봤을까.
 
해변 한옥촌

해변한옥촌 이어 세계의 전통가옥촌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한 외국 손님들이 느낀 한옥의 매력은 망상 해변 한옥촌에서 배가될 것이다. 자랑스런 ‘올림픽 한옥촌’이다. 주변엔 세계 캠핑 캐라바닝 대회 개최지였던 캐빈, 아메리칸코테지, 캐라반, 훼미리롯지 빌리지, 자동차 캠프장 등이 있어 동ㆍ서양의 조화를 이룬다.

동해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각 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집을 지어 관광객이 기거할 수 있는 세계전통가옥촌도 올 여름 휴가철 무렵 완공한다.

망상에서 내륙쪽 차로 10분만 들어가면 숙종때 영의정을 지낸 ‘탕평의 문신’ 남구만 선생이 유배 중 후학을 가르치고 웰빙생활을 했던 약천 문화마을을 만난다. ‘동창이 밝았느냐’ 시조 속에 나오는 사래긴밭이 심곡정, 심곡저수지 가는 길에 실제로 있다. 근처에는 약이 되는 샘물 ‘지장수’가 솟아나고, 약천의 친환경 웰빙의 뜻을 이어받은 주민들이 해수절임배추를 만들어 싸게 출하한다. 여러 채의 한옥으로 곱게 단장한 약천문화마을에선 국궁, 떡메치기, 천연염색, 에코백만들기를 체험하고 약천 선생의 자취를 더듬으며 탕평과 중용을 배운다. 인문학이 있는 에듀테인먼트 여행지이다.

그런데, 100m 높이 비정형빌딩 야경은 무엇인가.

울릉도 가는 묵호 선착장 옆 산봉우리인 향로봉에 해질녘 올라 묵호등대쪽 마을(안묵호)을 바라보면, 과연 고래등 같은 비정형 건물이 보인다. 해변가 언덕에 다닥다닥 붙은 어민들의 집들이 일제히 불 밝히고, 해발 80m 높이 묵호등대가 켜지면서 묵호동 일대가 온통 유려한 곡선을 가진 고층 빌딩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삶이 고단했던 시절 ‘약속의 땅’을 찾던 사람들이 정착해 오징어와 명태를 말려 생계를 이어가던 곳이다.

천곡동굴

프라하, 아부다비 부럽지 않다

그들에겐 프라하의 춤추는 빌딩, 인천 송도의 트라이볼, 아부다비의 캐피탈 게이트 등 세계적인 비정형 건물이 지금도 부럽지 않다. 묵호와 어달동의 해변을 지켜주는 어달산(200m), 오학산(215m) 남쪽 자락과 산제골을 중심으로 고래등 모양으로 집단 착상한 동해시 묵호동의 비정형 건물촌은 근년들어 뜻 있는 미술 전공 청년들이 대거 모여 푸른색과 배지색의 벽화로 논골담길(묵호등대 벽화마을)을 만들면서 낮에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등대와 바다, 아름답게 채색된 언덕이 조화를 이루면서 ‘한국의 산토리니’를 표방한다.

한류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이민호가 박신혜를 애타게 찾으며 깊은 사랑의 감정을 노출한 장면이 촬영되면서 연인들의 방문이 많다. 이 경사진 어촌 골목길을 이방인들이 사랑해 주는 모습은 마치 주민들의 고단했던 과거를 토닥여주는 것 같다.

이곳은 전형적인 어촌 달동네이다. 자그마한 집들이 오페라하우스 객석처럼 경사진 곳에 빼곡이 들어서 있다보니, 어느 집에서든 방문을 열면 바다와 어항을 시원스럽게 내려다 보인다. ‘한국의 산토리니’라는 논골담길 입구 안내판을 지나 계속 만나게 되는 벽화를 보면 리얼 스토리의 감동이 찾아든다. 머구리, 어부 등 실제 주민들을 모델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꺾어진 담벽은 어선의 뱃머리로 바꾸었고, 오징어와 명태를 싣고 경사진 달동네로 오르던 리어카는 마을 어느 돌에 그려져 손잡이를 위로 한 채 쉬고 있다. 해녀의 물질, 오징어의 유영, 갈매기의 비상 등도 담았다. 여행자들이 심심할까봐 논골 미로게임도 ‘뱀 주사위 놀이’ 마냥 그려놓았다.

묵호등대 벽화마을 즉논골담길

명태 보다 먹태…바닷바람의 축복

이곳 주민들은 명태의 영양을 높이는 새로은 비법을 갖고 있다. 바로 ‘먹태’이다. 황태가 고원지대에서 덕장 지붕을 열어 눈비를 맞게 한 뒤 말린 것으로 속이 건조하다면, 먹태는 묵호등대 서쪽 덕장 지붕을 덮어 찬 바닷바람만으로 말려 겉은 검어지고 속은 노란 빛이다. 해변가 수분까지 농축돼 쫄깃하다. 주민 참여형 법인이 수협을 통해 ‘언바람 묵호태’라는 이름으로 유통하는데, 효능을 묻자, “황태 출하하는 평창사람들하고도 친한데, 먹태, 황태 마카 좋아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동해시는 남쪽 추암부터 북쪽 망상 해변한옥촌까지 남북 19㎞의 해안선-해변도로를 갖고 있다. 동서로는 무릉계, 용추폭포, 선녀탕을 낀 두타-청옥산 정상부터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거점항구인 동해항까지 10㎞ 가량이다.

서쪽 보다 동쪽이 높고, 동쪽 산악이 바다와 바로 만나는 경동지괴(傾動地塊) 지형은 동해시에 많은 선물을 준다. 바다를 지척에 둔 계곡물의 요란스런 달음질, 높은 동해 파도가 해변 절벽을 때리는 장쾌함을 빚었고, 주민들에겐 바다-논밭-산을 근거리에서 한꺼번에 가질 수 있는 풍요로움을 선사했다.

묵호등대 아래 고래등 같은 비정형 건물도, 논골담길의 아름다움도, 파도에 부딪치는 촛대바위와 용뫼의 절경도 경동지괴가 준 선물이다. 여행자는 바다 풍경 감상과 산악-계곡 트레킹이라는 두 개의 풍류를 한꺼번에 누린다.

언바람 묵호태

‘땀성비’ 높은 무릉 트레킹

오는 2월 6일 동계올림픽 성화는 동해안 해변관광기차 ‘바다열차’에 올라탄다. 올림픽 바다열차가 지날 묵호역과 향로봉, 천곡 도심, 동해역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은 뒤 서쪽으로 10㎞쯤 달리면 무릉계곡을 만난다. 호암소~용추폭포에 이르는 2㎞ 산책만 하면, 땀을 별로 흘리지도 않고도, 신라 고찰 삼화사, 학소대, 하늘문, 드라마 ‘황진이’ 촬영지인 쌍폭과 선녀탕, 3층짜리 용추폭포의 비경을 모두 만날수 있다.

무릉계에서 나와 추암으로 가다가 때마침 날짜 끝자리가 3 또는 8일 이라면 전국 최대 5일장 북평장으로 향해야 한다. 북평장에는 육ㆍ해ㆍ공 1차 산물과 공산품까지 다 있다. 묵사발, 홍게오뎅을 먹지 않으면 그곳에 가지 않은 것과 같다.

추암엔 최근 러시아 대게마을을 조성했다. 동해와 같은 물, 연해주 앞바다 것으로 맛과 영양이 비슷하지만 가격은 20~30% 싸다. 추암엔 새 희망이 움튼다. 촛대바위 인근 해안절벽 지대에 조성된 추암근린공원을 북쪽으로 확장하고, 절벽 협곡 사이엔 출렁다리를, 구호 일대 동해 신항 남쪽 휴양지구까지는 스카이워크를 놓을 예정이다.

러시아 대게마을

평창올림픽과 동해의 꿈을 응원하는 붉은 태양은 지금도 매일 애국가와 함께 추암 촛대바위 위로 떠오른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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