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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정치적 희생 강요 아닌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간 협의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한반도기를 앞세운 개회식 남북 동시 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이 그 핵심이다. 이와함께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행사, 북한 마식령 스키장 남북 공동훈련 등 이벤트성 행사도 진행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는 환영할 일이다. 평화 올림픽의 상징적 의미가 있는 만큼 ‘평창대회 성공’에도 한발짝 다가서게 됐다. 이것만 해도 소득이라 할만하다.

북한의 평창 참가는 반가운 일이지만 그 과정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개최국 국기 없는 올림픽’이나 체제 찬양이 우려되는 북한 예술단 공연은 논란의 소지가 분명 있다. 하지만 평화올림픽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얼마든지 이해하고 양보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은 경우가 다르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정치적 희생 강요’ 말고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현 정부 지지율이 70%에 이른다지만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같은 비율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공정한 경쟁’을 지향하는 스포츠 정신과 맞지 않는다. 정부는 기존 엔트리에 북한 선수를 추가하는 방식이라 문제가 없다지만 그렇지 않다. 개최국이라고 선수 엔트리를 마음대로 늘리는 건 있을 수 없는 ‘특혜’다.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에 대한 협의하는 모양인데 벌써 반발이 거세다. 당장 같은 예선조에 편성된 스위스는 “공정하지 않고 경쟁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나 틀리지 않는 말이다.

그런데도 고위급 정부 인사들은 황당한 말만 쏟아내고 있다.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은 주무 장관이면서도 팀워크와 전술을 생명으로 하는 아이스하키의 특성은 무시한 채 “전력 보강의 측면이 있다”느니, “선수를 자주 교체해 문제가 없다”는 무지한 말을 늘어놓아 관련 전문가들의 빈측을 샀다. 이낙연 총리는 ‘선수들의 피해의식’ 운운하며 “메달권도 아니지 않느냐”는 말까지 했다. 메달도 못 따는 주제에 몇 선수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면 어떠냐는 소리로 들린다.

평화올림픽과 남북관계 개선도 좋지만 이 때문에 선수들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오로지 올림픽 출전에 인생을 걸고 땀흘려온 선수들에게 이제와 자리를 내놓으라는 건 폭력이고 인권 유린이다. 아흔아홉마리의 남아있는 양보다 길 잃은 한마리의 양을 찾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정치’보다는 ‘사람’이 먼저라고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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