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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조현용 경희대 국제교육원장]2018년, 상팔자를 말하다
상팔자(上八字)는 아주 좋은 팔자를 말합니다. 팔자는 한 사람의 평생의 운수를 말하는 것이니 상팔자는 운수가 아주 좋은 인생을 말하는 겁니다. 그럼 어떤 사람이 상팔자일까요. 상팔자에 관한 우리 속담들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의 인식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속담을 살펴보니까 상팔자가 되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더군요. ‘세끼 걱정 없으면 상팔자’라고 합니다. 참 쉽습니다. 예전에는 먹고 살기가 어려워서 이런 말이 나왔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팔자가 상팔자입니다. 배고픈데도 행복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배부르고 등 따뜻한 것을 행복의 척도로 여겼습니다.

상팔자가 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자식이 없는 겁니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에서 이런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자식이 속을 썩이면 이 속담만큼 맞는 게 없구나 싶다가도 자식 때문에 행복을 느끼게 되면 누가 그런 속담을 만들었을까 싶습니다. 무자식 상팔자(無子息 上八字)를 속담사전에서 찾아보면 몇 가지 생각할 점이 생깁니다. 어려운 살림에 여러 가지로 고되고 괴로운데 자식이 없으면 오히려 편하고 괴로운 일이 없어서 좋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전제는 다른 일로도 괴롭다는 상황이 있습니다. 자식에게 더 잘해 줄 수 없어서 더 괴로운 점이 있다는 의미도 됩니다.

그런데 이 속담이 사실은 무자식 상팔자(戊子食 上八字)에서 와전된 말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무자(戊子)년에 흉년이 들어 굶어죽은 사람이 많았는데 그 흉년에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팔자가 좋다는 말이 변했다는 의견입니다(임동권, 속담사전). 이 글을 보면서 이 속담이 와전된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무자식이 좋을 일이 있겠냐는 일반 민중의 생각이 담겨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에는 자식이 없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아마 자식이 없는 사람을 위로하려는 생각도 있었을 겁니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이 속담에도 비밀이 하나 붙어있습니다. 바로 오뉴월입니다. 그냥 개 팔자가 아니라 ‘오뉴월 개 팔자’입니다. 오뉴월에는 개들도 돌아다니기 싫어하고 그늘에서 잠을 잡니다. 편안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보통 오뉴월에 농사일이 많습니다. 일에 지쳐있을 때 편안한 개의 모습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잠시 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생각은 잠시입니다. 아무도 개처럼 살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요. 우리말에서 개와 관련된 다른 표현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제일 싫어하는 표현이 ‘개 같다’는 말 일듯 합니다. 이런 개 팔자도 상팔자라면 우리 팔자는 훨씬 좋은 거 아닐까요.

그저 세 끼만 먹어도 상팔자고, 자식이 없어도 상팔자입니다. 자식이 있으면 있는 대로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도 상팔자이니 우리는 얼마나 좋은 팔자를 타고 난 건가요. 모든 것을 ‘내 팔자’려니 하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받아들이는 거죠. 그리고 그런 팔자가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은 자신에게 주어진 팔자, 운명, 운수를 좋다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내 팔자가 바로 상팔자입니다. 조현용 경희대 국제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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