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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 카페]살다가 막히는게 있거든 ‘스타워즈’에 비춰보라…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영화 시리즈 ‘스타워즈’는 웬만한 나라의 GDP에 맘먹는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은하계에서 벌어지는 첨단기술과 무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종과 연대, 선악의 전쟁에 왜 수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걸까. 이 ‘스타워즈 현상’을 분석하는데 ‘넛지’의 저자이자 법학자인 캐스 R. 선스타인이 참여한 건 흥미롭다.

‘스타워즈로 본 세상’(열린책들)은 스타워즈 매니아로서 선스타인의 팬심과 학자의 호기심, 열정이 빚어낸 책이다. 선스타인은 ‘스타워즈’를 통해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스타워즈는 행동과학의 교본”이라고 말한다. 특히 그가 주목한 건 애착관계와 우정, 반란과 혁명, 인권과 페미니즘 등 기본적인 인간의 조건이다. 


이 중 선스타인이 특별히 별도의 장을 할애해 다룬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이야기의 원형인 오이디푸스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그는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어둠의 세계로 빠진 걸 어머니의 죽음과 동일시하고, 다스 베이더의 비극이 소포클레스의 이야기를 변형한 것으로 해석한다. 사실 ‘스타워즈’는 인물 중심으로 단순화하면,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루크 스카이워커의 이야기다. 아버지는 우주 최고의 악당이 되고 아들은 아버지에 맞서는 반란군이 된다. 목숨을 건 결투에서 아들은 아버지를 용서하고, 아버지는 자기를 희생해 아들의 목숨을 구한다. 선스타인은 결국에는 “용서가 모든 것을 이겨낸다”며, “이것은 모든 자식들에게 주는 교훈”이라고 말한다.

선스타인은 또한 스타워즈를 행동과학의 교본이라고 말할 만큼 수많은 행동편향의 사례들을 찾아낸다.

지나치게 자신만만하거나 오늘과 내일에 집중하는 경향 현재편향성, 터무니없이 낙관적이거나 어림짐작에 의존해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라든지,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판단하는 것 등이다.

법학자로서 선스타인의 장기는 공화국, 제국, 헌법의 문제를 다루는 부분으로 이 책의 백미다.

그 중에서도 헌법 해석을 내러티브의 연속성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는 부분은 돋보인다. 선스타인은 ‘스타워즈’는 훌륭한 연작소설의 표본이라며, 헌법도 기본적으로 같다고 말한다. 즉 헌법은 세세하게 모든 걸 규정해 놓고 있지만 ‘자유’와 같은 가장 중요한 몇 가지 조항은 모호하다.

그런데 일부 판사는 ‘스타워즈’의 광팬처럼 모든 이야기가 정해져 있다고 믿고 헌법을 처음 제정되었을 때의 의도에 비추어 해석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원본주의’다. 이들에게는 낙태도 동성애, 성평등도 모두 금지다. 선스타인은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면, 역사는 아무 의미가 없다. 사회는 변화할 수 없고 진보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판사는 어떤 해석을 내놓는게 가장 바람직할까. 선스타인은 앞선 사례, 즉 이야기를 잘 살펴보고 그 이야기를 가장 보기좋게 만드는 대답, 헌법을 가능한 최고의 것으로 만드는 대답이 무엇일지 묻는 것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잘 이어지는 매력적인 에피스도를 쓰는 것이다.

선스타인이 제시한‘스타워즈’에서 배워야 할 열세 가지 방법 중 가장 멋진 풀이가 아닐 수 없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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