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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위안부 협상 이면합의 공개 파장 최소화에 주력할 때
외교부가 발표한 ‘한ㆍ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발표내용을 보는 마음이 착잡하다. 우선 협상 과정이 너무 부실했다. 가장 중시해야 할 피해 당사자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은 물론 국민 정서와 한참 동떨어졌다. 그렇다고 30년 동안 비밀에 붙여야 할 국가간 외교 협상 문서가 아무 후속 대책도 없이 불과 2년만에 불쑥 공개된 것도 예사로 넘길 일은 아니다.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맺은 위안부 합의는 그야말로 문제투성이다. 피해자 입장을 소홀히했고, 국민 눈높이와 괴리가 크다는 것 말고도 소녀상 이전, 성노예 표현 자제 등의 이면 합의도 있었다. ‘불가역적(不可逆的)’ 이란 표현도 일본 정부의 사죄에 방점을 찍었지만 협상과정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의 ‘불가역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질됐다. 한마디로 일본 정부의 요구를 대부분 다 들어준 셈이다. 경색된 한일 관계를 어떻게든 풀어내고, 임기내 위안부 문제를 마무리하겠다는 당시 정부의 의도는 이해한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 자존심과 피해자의 인권이 걸린 첨예한 사안이다. 왜 그리 서둘러 봉합하려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TF 조사 과정에서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우를 범했다는 사실이다. 국가간 협상에서 미공개 이면합의는 얼마든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에 협상 내용 조사를 이유로 그걸 만천하에 까발렸다. 그 파장이 어떨지, 일본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한국 정부의 외교 협상 결과의 신뢰도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외교당국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면합의 문건을 민간인 중심의 TF에 제공하고 공개한 저의를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외교 협상은 해당 정권과의 협상이 아니라 정부와 협상이다. 위안부 협상 역시 박근혜 정부가 아닌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 정부간의 일이다. 이번 조사 결과 발표로 한일 양국간 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수 있다.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담화를 내고 두 나라 관계가 “관리불능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만 봐도 그 조짐이 분명하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전 정부의 협상이 비록 부실했더라도 정부간 협상은 협상이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파기할 수는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양국 관계의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한일관계를 재정립하는 정교한 외교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안으로는 위안부 할머니와 국민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줄 지혜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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