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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이번엔 제천서 대형 참사…‘안전 대한민국’은 요원한가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사망자는 모두 29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2일 소방당국이 밝혔다. 지난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40명이 사망자가 발생한 이래 최악의 참사다. 불이 난 건물은 목욕탕과 헬스클럽, 식당 등이 몰려있는 다중이용시설이라 화재 규모에 비해 특히 피해가 컸다.

소방당국의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사고 역시 안전의식 부재가 낳은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다. 조금만 더 안전 관리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얼마든지 인명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우선 눈에 띄이는 것만 봐도 이 건물이 화재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다는 걸 알 수 있다. 20여명이 한꺼번에 변을 당한 여성 사우나의 경우가 그렇다. 사망자 대부분이 욕탕 출입구쪽에 몰려있었다고 한다. 버튼식 자동문이라 손톱만한 스위치를 정확히 눌러야 문이 열리는데 이걸 제대로 찾지 못한 것이다. 유독가스가 가득한 상황에서 거의 불가능하다. 유사시 안전을 염두에 뒀다면 피해자가 한결 덜 나왔을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각 층으로 통하는 계단에는 방화시설이 없었고, 건물내 스프링쿨러도 고장이 잦았다고 한다. 화재를 알리는 비상 방송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불에 타기 쉬운 마감재로 건물 내부와 외부를 도배되다시피 해 피해가 더 컸다. 다중이용시설에 걸맞는 소방 관련 법규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조사 과정에서 살펴봐야 할 대목들이다.

화재 진압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건물 주변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소방차 접근이 늦어졌다. 크고 작은 화재 사고마다 똑 같은 지적이 되풀이되고 있다. 소방용 굴절 사다리차가 작동을 하지 않아 민간업체 차량이 구조에 나서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추운 날씨 때문이라는 소방당국의 해명은 더 어처구니가 없다. 소방장비는 언제 어디서든 항상 최상의 기능이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건 상식이고 기본이 아닌가.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그토록 강조해왔지만 결국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마찬가지다. 낚시배와 유조선이 충돌해 13명이 사망한 게 불과 한달도 지나지 않았다. 타워크레인이 무너져 사상자를 낸 것만해도 올들어 수 차례다. 심지어 대학병원에서 미숙아가 집단 사망하기도 했다. 사고가 나면 호들갑을 떨지만 늘 그 때 뿐이다. 문 대통령은 제천 화재 보고를 받고 “인명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그런 상투적 얘기는 하나마나다.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의 뿌리를 뽑는 방안을 제시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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