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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김영민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남북 경제협력의 마중물 ‘광물자원 공동개발’
집집마다 수돗물이 보급되지 않던 시절, 마당 한쪽에 있는 펌프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펌프는 손잡이를 상하로 펌프질하면 지하수를 끌어올려주는 기구이다. 실상 펌프질을 열심히 해도 땅속의 지하수는 쉽게 올라 오지 않는다. 이때 한 바가지의 물로 펌프 안을 채우면 신기하게도 금새 지하수가 쏟아진다. 이 한 바가지의 물이 바로 지하수를 콸콸 쏟아지게 만드는 ‘마중물’이다.

요즘처럼 경색된 남북한 관계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 줄 동력, 마중물의 역할이 절실하다.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핵실험, 미사일발사 이야기로 한반도의 긴장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덩달아 남북한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북한에는 철광석과 구리, 금뿐만 아니라 남한에는 부존하지 않는 마그네사이트, 인회석 등 원료광물이 풍부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핵심 원료광물인 텅스텐, 몰리브덴 등 희유금속이나 희토류도 다량 매장되어 있다.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공식적인 자료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철광석 25억t, 무연탄 45억t, 구리 290만t, 마그네사이트 60억t 등이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이 경제사정으로 인해 매장량 조사를 정밀하게 실시하지 못했을 것을 감안하면 광물자원 매장량은 더 많아질 수도 있다.

2004년 처음으로 1억달러를 돌파했던 북한의 대중(對中) 광산물 수출이 가장 활발했던 2016년에는 약 15억달러로 15배 가량 늘었다. 지금의 상태라면 북한 자원개발 사업권은 중국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중국 이외에 러시아까지 철도, 도로 등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명분으로 자원개발 사업 진출까지 노리고 있는 실정이다.

1990년대 중반 한국광물자원공사(당시 대한광업진흥공사)도 북한 광산개발을 통한 경제협력을 추진한 바 있다. 그 결과, 2003년에 자원분야 최초의 남북협력사업인 정촌 흑연광산 공동개발이 시작되었고, 생산된 흑연 500톤이 2007년 인천항을 통해 국내에 처음 들어왔다. 그러나 북한의 천안함 폭격 등 잇따른 도발로 인해 북한과의 교류를 전면 금지하는 5ㆍ24 조치가 내려졌고, 자원분야 남북한 경제협력사업은 빛을 보지 못한 채 중단되었다.

북한 지역은 남한에 비해 다양한 지질조건을 가지고 있어 다종다양한 광물자원이 부존돼 있다. 북한의 풍부한 광물자원은 지역에 따라 특정 광종이 집중되어 있고, 개발 유망광산들이 지역마다 자리하고 있어 지역특구 개발에도 유리하다.

한편, 우리는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등 오랜 기간 국내 자원업계가 추진해 온 광산 현대화 기술과 고급 인력 등 자원개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비록 중단되었지만 과거 추진되었던 남북한 광물자원 공동개발 경험은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남북한 광물자원 공동개발은 우리와 북한이 협력하여 상생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분야이다. 공사는 북한 광물자원 개발과 국내 자원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협력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해안 도시들을 기점으로 에너지 자원벨트를 구축하여 남북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만들어 나가자는 방안이다. 이러한 방안이 현실화된다면 북한은 경제 자립도를 높일 수 있게 되고, 우리는 연간 약 200억 달러에 달하는 광산물 수입의 상당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머지않은 미래에 한반도에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북 경제협력을 추진하게 될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남북한 광물자원 공동개발은 미래의 남북 경제협력을 이끄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우리와 북한이 상생할 수 있는 광물자원 공동개발이 우리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비전 실현을 앞당기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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