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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이유있는 영세 中企 특별연장근로 허용 요구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중소기업단체장들이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논의중인대로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면 중소기업계는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는 게 사실상 요지다. 그러니 적어도 30인 미만 영세사업장만이라도 주당 8시간까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휴일 근무 할증률도 현행 50%를 유지해 달라는 것이다.

중소기업계가 공개적으로 근로시간 단축 보완책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이날 호소문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은 영세 중소기업을 고사 위기로 몰아넣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은) 공장을 돌리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세사업장들은 줄어드는 근로시간만큼 사람을 더 뽑아야 한다. 돈도 돈이지만 뽑을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고사 위기’라는 박 회장의 언급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중소기업 사업장 현장은 지금도 만성적인 인력난을 시달리고 있다. 반월공단의 한 사업장은 생산직 근로자 평균 연령이 55세이고,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90%에 이른다. 인력 부족으로 1년 내내 구직자를 찾지만 내국인은 고사하고 외국인 근로자조차 구하기 어렵다. 그나마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들도 더 편한 업종을 찾아 떠나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 근로시간까지 줄이면 아예 공장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는 게 회사측 하소연이다. 박 회장의 호소와 같은 맥락이다.

휴일근로 할증률도 여간 부담이 아니다. 영세사업장의 경우 인력부족으로 연장근무는 피할 수가 없다. 그런데 중복할증(100%)이 적용되면 중소기업이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연간 8조5000억원이 넘는다. 가뜩이나 최저임금이 대폭 오른데다 추가 고용부담에 중복할증까지 더해지면 그 고통을 이겨낼 사업주는 없다.

중소기업계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전체 근로자의 90%가 몸담고 있는 중소기업의 근간이 흔들리면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이 어떨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중소기업계의 호소에 귀를 바짝 기울여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독일이나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사 합의하에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저녁있는 삶’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어 ‘소득없는 저녁’이 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개혁 조급증에 무작정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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