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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황금빛’, 천호진에게 ‘가장 졸업 선언’은 어떤 의미일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한국 아버지의 공감대를 높여주는 서사는 가족 먹여살리기 위해 뼈빠지게 일하다 보니 돌아오는 것은 외로움과 공허함, 쓸쓸함이라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한 시간이 별로 없다 보니 어느새 성인으로 성장해버린 자식들이 아버지에게 가깝게 느껴질 리 없다.

뒤늦게 자아, ‘내 인생’을 찾는다고 나서지만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중년 자아 찾기는 보물찾기가 아니다. 평소 삶의 연장선상에서 가족문화로 영위되는 인생이어야지, 뒤늦게 잃어버린 자아를 찾으려고 하지만 오히려 불협화음이 나온다. 가족들은 뜬금없이 낯선 아버지(남편)를 대하게 된다.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아버지 서태수(천호진)는 장남에게 “나 이제 이 집 가장(家長) 졸업이야”라고 말한다. 아내에게도 “당신도 당신 벌어 살어. 나 양미정 당신 벌어먹이려고 태어난 게 아니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 각자 살어”라고 한다. 지수는 갔고 지안은 안돌아올 거고, 막내도 이미 나갔다. 장남 분가 시키고 아내는 원룸에 가서 살라는 거다.

이 드라마는 가장이 힘들게 일하가며 가족을 뒷바라지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그렇게 됐을 때 아버지의 노고를 가족들이 인정해주지 않게 되면, 그리고 자식들도 힘들게 일하는 아버지 인생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못하게 되면 서로의 인생이 꼬이게 된다. 이걸 경계하자는 것이다.

아버지가 장남에게 “대학졸업하고 해외연수 보내주고, 그렇게 잘해줄 때는 왜 인정안해주냐”고 말하는 것도 더이상 보고싶은 모습이 아니다. 서태수는 노모의 병환 때문에 장남에게 진 빚을 지금 집 보증금을 빼서라도 갚겠다고 했다.

아버지의 가족에 대한 희생과 헌신은 누가 보상해준다 말인가. 요즘 부모들은 말로는 자식에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무리한 양육과 투자(?)를 했으니 속내는 쿨할 수 없는 집착증을 가지고 있다. 서지태(이태성)도 장남 콤플렉스를 가지고 필요 이상의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남과 아버지가  이런 식의 대화를 지속해봐야 서로에 대한 섭섭함을 확인하는 것 외에 아무런 소득이 없다.

그러니 지금처럼 극단적인 가족들의 각자도생이 아니라, 살아나가면서 형편껏 살아야 한다. 남자가 힘든 것은 가장으로서의 의무감보다 오히려 남자에게 사회적으로 짐을 지우는 ‘맨 컴플렉스‘ 때문에 더 힘들다고 한다.

서지안(신혜선)이 거주하는 셰어하우스의 한 여성은 지안에게 “자기 삶은 자기가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버지도 가족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주는 게 아니다.

이 셰어하우스에는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자신의 인생을 찾아나서는 젊은이들이 많다. 사범대 출신으로 목수가 된 여성, 서울대 출신 고물상,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 등등. 지안은 흙수저로 태어나 대기업에 취직하려고 안간힘을 쓴 자신의 어리석었던 모습을 반추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아버지 서태수가 “다 각자 살자”는 말은 ‘내 인생’을 찾기 위한 중간 과정일 것이다. 가족이 각자 자기의 삶을 사는 방식이 따로 사는 걸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현경 작가의 생각과 구상은 알 것 같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 구체화시킬지는 궁금해진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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