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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진에 놀란 일주일…만성질환자 건강, 한 달이 중요하다
재난후 한달 심근경색·뇌졸중 급증
외상 스트레스 취약한 만성질환자
꾸준한 약물복용으로 합병증 예방

근육이완 맨손체조·규칙적 호흡운동
‘지진 트라우마’ 극복에 큰 도움
알코올중독·우울증땐 전문가 상담을


23일로 역대 2위 규모인 진도 5.4의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지 정확히 일주일이 된다. 지진은 경험한 사람의 건강에도 방대한 영향을 끼친다. 골절, 외상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이나 만성질환을 악화시키고 합병증까지 유발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여진이 계속되는 데다, 특히 대피소에서 한뎃잠을 자야 하는 이재민은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같은 스트레스는 정신질환은 물론 만성질환을 악화시킨다. 지진의 공포가 자칫 목숨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마음을 편하게 갖는 등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만성질환과 정신질환의 악화를 막는 첩경이라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지진 후 생기는 스트레스가 만성질환과 정신질환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난 21일 오후 경북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한 임시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짐을 옮기고 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한 200여 개의 난방 텐트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재난 후 심근경색 등 만성질환 합병증 증가=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이하 사업단)에 따르면 일본에서 발표된 기존 연구를 중심으로 재난 후 지역 주민의 건강을 분석한 결과, 지진, 허리케인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난 지역에서 심근경색ㆍ뇌졸중 발생률이 크게 높아졌다고 최근 밝혔다. 사업단은 국내 사례가 부족해 대지진, 허리케인 등 일본, 미국 사례와 연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조사했다.

일본에서는 재난 후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증가가 뚜렷했다. 2011년 3월 일본 미야기(宮城)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진앙으로부터 반경 50㎞ 내 급성 심근경색ㆍ뇌졸중 발생률이 각각 34ㆍ42% 증가했다.

1995년 1월 역시 일본 아와지시마(淡路島) 북부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한신ㆍ아와지 대지진 당시에도 급성 심근경색은 57%, 뇌졸중은 33% 늘었다. 이에 대해 권용진 사업단장은 “심근경색,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큰 흡연자나 고혈압ㆍ당뇨병 환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갑작스럽게 대지진을 겪고 나면 정신적 충격 등으로 혈압이 급증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계형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신ㆍ아와지 대지진 당시 반경 50㎞ 이내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최고) 혈압이 11㎜Hg, 이완기(최저) 혈압이 6㎜Hg 정도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며 “만성질환자는 반드시 약물 복용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심근경색, 뇌졸중 등은 특히 지진 후 발생률이 높아지는 한 달 동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심근경색은 진도가 높을수록 발생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지진을 크게 느낀 사람일수록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의 경우 2012년 허리캐인 ‘샌디’ 당시 피해 지역의 의원 40개 중 90%가 문을 닫거나 이전했다. 의료기관도 재난 피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만성질환자는 약을 다 먹기 며칠 전 의료기관을 방문, 약물 복용이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맨손체조ㆍ규칙적 호흡, ‘지진 트라우마’ 극복에 도움”=또 다른 문제는 ‘지진 트라우마’다. 포항시 재난종합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지진 이후 포항 남ㆍ북구보건소 등에는 극도의 불안 증세, 피로감, 우울, 기억력 장애 등을 호소하는 주민이 줄을 잇고 있다. 실제로 지진 이후 정신적 증상으로 불안, 불면, 심하면 급성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이를 관리하지 못하면 향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증, 알코올 중독 등으로 발전될 수 있다.

정선용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주민들이 지진으로 단시간에 죽을 수도 있는 공포를 겪은 데다, 여진까지 계속되고 있다”며 “이 같은 강력한 자극이 트라우마가 돼서 반복 회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라우마로 인해 몸이 긴장될 수 있다”며 “지금 당장 근육을 이완시켜 주는 맨손체조를 하거나 수시로 어깨를 주물러 주는 동작을 할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지진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머릿속에 불안한 생각을 비우는 것이 좋다. 일단 호흡부터 규칙적으로 하면 도움이 된다. 정 교수는 “긴장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한숨이 나오고 흐느껴 울 때처럼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씩씩거리게 된다”며 “스스로 호흡을 관찰하면서 의식적으로 부드럽고 규칙적인 호흡을 하다 보면 불안한 생각도 줄고, 몸도 이완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지진 트라우마’가 극복되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손지훈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여진이나 새로운 지진의 불안감으로 과음을 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여진 발생 때 대응이 늦을 수 있고, 여러 정신적ㆍ신체적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음주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알코올 중독, 우울증 등 증상이 나타나면 조기에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신상윤 기자/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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