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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악보 ‘현금보 초’ 발굴
300년 고택 선교장 소장 고악보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양반 상류주택인 선교장은 총 102칸이며, 건평은 318평에 이른다. 부속건물과 별채, 초가까지 포함하면 선교장은 대략 300칸에 이른다.

만석꾼인 주인은 문화예술인을 적극 후원해 이곳엔 늘 전국의 풍류객들이 모여들었다. 활래정과 같은 풍류공간을 만들고 후한 대접과 편의를 제공한 당시 전국 최고의 문화공간이었던 셈이다.

선교장은 또한 관동팔경과 금강산을 여행하는 풍류객들이 머물다 가는 곳이기도 했다. 이들이 남긴 문화 예술품은 당시 최고 수준이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2013년부터 강릉 선교장의 문화자산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거문고 악보를 찾아냈다.

김수현 단국대 교수는 23일 한국학 중앙연구원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선교장 소장 악보 ‘현금보 초’에 관한 연구’ 발표에서, 선교장의 고문헌 중 ‘현금보 초(玄琴譜 抄)’는 2011년 차장섭의 ‘선교장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집’의 선교장 장서목록으로 소개된 게 유일하며, 실물이 드러나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현금보 초’(玄琴譜 抄)는 1926년 9월에 송천(松泉)이라는 호를 쓰는 사람이 필사 제작한 것으로 이 악보는 일반종이로 된 이왕직아악부 용지를 사용했다. 가로 20센티에 세로 27센티의 노트만한 크기다. 내지 68쪽에 빨간색 만년필 같은 펜으로 필사되어 있고 간혹 검정색 팬으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한 흔적이 몇 군데 있다.

거문고 악보를 베낀 필사본이지만 그 근거되는 악보가 무엇인지 밝힌 내용은 없다. 실제로 이 악보의 모본은 현재까지 발견된 바 없다. 이 악보에 실린 악곡은 현악영산회상 전 바탕인 9곡과 뒷풍류 3곡, 도드리 2곡으로 모두 14곡이다. 기보는 정간보에 율명으로 되어 있다.

김 교수는 “실린 곡의 명칭이나 곡이 실린 순서, 기보체계 등 전반적인 면에서 볼 때에는 이 악보가 정악이 실린 현행 정간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악보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현행과는 다른 점이 있어서 근대음악사적으로 이 악보가 주는 의미가 작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이 악보가 만들어진 1926년은 이 악보에 실린 악곡과 기보가 비슷한 이왕직아악부 악보인 ’아악부 현금보‘보다 시기가 빨라 ’현금보 초‘를 토대로 이왕직아악부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아악부 악보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음악사적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 악보의 저자인 송천(松泉)이 누구인지는 알 길이 없다. 유명인으로는 이 시대에 활동할 만한 사람으로 이런 호를 가

진 사람은 없다. 다만 이왕직아악부 용지를 사용할 수 있었던 사람이면서 악보를 정확히 그릴 수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왕직아악부의 악사이며 거문고 연주자일 가능성을 추측해볼 수 있다며, 송사(松史)라는 호를 쓴 거문고의 대가 이수경(李壽卿, 1882~1955)178)과 당시 아악사장이었던 괴정(槐庭) 김영제(金寧濟, 1883~1954)를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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