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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으로 그려낸 세밀화, 그 풍경속으로…‘최영걸 개인전’
이화익갤러리 ‘성실한 순례’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유럽 거리의 풍경사진이라 생각했다. 자세히 보니 그림이다. 펜화인가 싶어 한 발 짝 그림에 가까이가니 묵향이 가득하다. 세필 붓으로 완성한 정밀화다. 일반적으로 ‘먹’으로 그린 그림이라 하면 떠오르는 번지고 스미는 것이 아닌 잉크처럼 똑 떨어지는 작품이다. 번짐을 잡아내지만 먹의 물기와 촉촉함은 그대로 남았다. 맑고도 투명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재료의 물성을 탐구하는 지리하고도 기나긴 순례를 정말 성실히도 지나왔으리라.

한국화의 자료적 특수성을 살리면서도 현대적 감각과 표현을 발전시켜 온 작가 최영걸의 개인전이 열린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 이화익갤러리는 2017년 마지막 전시로 최영걸의 전시를 선보인다. 마지막 개인전이 2011년이니 꼭 6년만이다. 

최영걸 CHOI Yeong-Geol, 조앙(照仰) El Transparente, 68×98cm, 비앙코지에 수묵 Chinese ink on Bianco Paper, 2017.[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최영걸 CHOI Yeong-Geol, 바르셀로나의 찬송 Glorification at Barcelona, 74.5×54cm, 아티스티코지에 수묵담채 Chinese Ink and Watercolor on Artistico Paper, 2017.[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현대미술의 많은 부분이 예전 동양화에서 한 것을 재해석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화로 구상이나 사실적 그림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이같은 실험의 단초가 된 것은 작가가 청소년기에 만난 랑세녕(주세페 카스틸리오네ㆍ1688 ~ 1766)의 백준도권(白駿圖巻)이다. 부친이 대만 고궁박물관에 들렀다 기념품으로 사온 화집의 그림은 동양화와 서양화가 섞인 독특한 화풍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이탈리아 선교사인 주세페 카스틸리오네는 중국 청대 중기 궁정화가로 활약한 인물로, 템페라를 비단에 그리는 등 동서양 화법을 절충한 화풍을 창안했다.

사진과도 같은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선 ‘현대적 기기’의 도움도 받는다.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컴퓨터로 작업한 뒤 프로젝션으로 쏘아 캔버스에 앉히는 과정을 거친다. 작가는 “실제로 존재했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았던 풍경”이라고 말했다.

이전 작품과 가장 큰 차이는 재료와 소재의 확장이다. 한지위에 먹과 전통채색을 주로 했던 작가는 서양의 캔버스나 종이 위에 전통재료를 접목했다. “먹은 침착되면 닦이지 않는다. 물성이 일반 수채화 물감과도 다르고, 현존하는 채색재료 중 단연 최고”라는 작가는 재료의 한계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고정관념 탈피를 감행했다. 

최영걸 CHOI Yeong-Geol, 프라하의 아티스트 An Artist in Prague, 97×68cm, 캔버스에 수묵채색 Chinese ink and Watercolor on Canvas, 2017 [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최영걸 CHOI Yeong-Geol, 이스탄불의 5월 Istanbul in May, 75×43cm, 캔버스에 수묵담채 Chinese ink and Watercolor on Canvas, 2017.[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또 다른 차이는 그림의 주제인 풍경이다. 주로 아시아권 풍경을 그려왔으나, 유럽여행을 통해 얻은 서구의 풍광을 그렸다. 외국 풍경을 전통 재료와 기법으로 만나면 어색할 것이라는 관념을 깨는데 성공했다.

이화익갤러리측은 ”수묵 표현을 극대화 시킨 작업과 새로운 재료와 기법의 작업이 함께 소개되는 전시로, 작품에 배어있는 정성과 노력을 통해 각박하고 정서에 메마른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감동과 여유를 선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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