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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추격조 MDL 넘었지만 南 속수무책
-군정위 통해 항의한다지만 北 묵살 가능성 높아
-동계올림픽 앞두고 남북관계 악재 비화도 부담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북한군 병사 1명이 귀순하는 과정에서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속수무책인 형편이다.

정부는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의 최종조사 결과가 나온 뒤 북한에 엄중 항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군정위 자체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데다 북한이 항의를 묵살한다면 뾰족한 대안이 없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일단 군정위 조사결과가 나와야 우리도 근거를 가지고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여러 방안을 고심중이지만 남북 간 대화채널이 모두 단절된 상황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진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

복수의 군소식통에 따르면, 유엔사가 애초 16일 공개하려다 17일 이후로 연기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북한군 추격조 4명이 귀순 병사를 쫓는 과정에서 추격조 1명이 일시적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장면이 찍힌 것으로 파악된다.

현장엔 MDL이 별도로 표시돼있지 않지만 유엔사 측은 JSA 상황실 CCTV 모니터 화면 표시를 보고 이같이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 군 병력의 MDL 월선은 중대한 정전협정 위반이다.

북한 추격조가 권총과 AK 자동소총으로 귀순 병사에게 40여발의 총격을 가한 가운데 일부 총탄이 남측 지역으로 날아와 남측 초소 인근 나무에 박힌 것이 확인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역시 비무장지대에서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정전협정에 위반된다.

문제는 CCTV 영상과 피탄 흔적이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입증 증거자료가 될 수는 있지만 북한에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앞서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14일 국회에 출석해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했을 경우 “군정위를 통해 북한 측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게끔 하겠다”면서도 “요구가 안 받아들여지면 법적 조치를 하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정부의 군정위를 통한 조치나 성명은 공허한 외침에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군정위는 1953년 7월27일 6ㆍ25전쟁 정전협정 체결 이후 비무장지대(DMZ)와 한강 하구 수역과 관련한 협정 조항 이행을 감독하기 위해 설치됐지만 1990년대 들어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1994년 군정위 대표를 일방적으로 철수시킨데 이어 조선인민군판문점대표부를 설치하면서 군정위 역할을 대체했다.

북한은 이전에도 1968년 1월 청와대 습격 사건이나 같은 달 미국 푸에블로호 사건 때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여기에 북한 추격조 1명이 MDL을 넘어선 순간 크게 당황하면서 멈칫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다 바로 복귀했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북한이 나름 성의를 표시하고 우발적인 일이었다는 식으로 나온다면, 석달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남북관계 개선 차원에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유도하고 있는 한국 정부로서는 정전협정 위반 문제를 장기적으로 끌고가는 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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