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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낯선 체호프, 셰익스피어만큼 친숙하게
‘극작가의 양대산맥’을 꼽으라면 한 명은 영국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또 다른 한 명은 분명 러시아의 안톤 체호프일 것이다.

연극에 입문할 때 셰익스피어와 체호프는 연극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기본 중의 기본으로 꼽힌다. 주요 대학 연극영화학과에서 입학시험을 치를 때, 두 작가의 유명 희곡을 연기해보라고 하는 것이 다반사니까.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4대 비극부터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 밤의 꿈’까지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으로는 손가락 10개를 금세 오므릴 수 있지만, 체호프는 어떤가? 손가락이 쉽사리 접히지 않는다. 세계적인 극작가로 널리 알려졌지만, 아직 입문자들에게 체호프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낯설게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대표작을 차근히 살펴본다면 체호프 역시 셰익스피어 못지않게 친숙하게 기억되지 않을까. 그의 수많은 작품 중 ‘4대 장막’으로 불리는 희곡부터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갈매기’ ‘세자매’ ‘벚꽃동산’ ‘바냐 아저씨’는 가장 완성도 있으면서 작가 세계를 충실히 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국내 무대에서도 꾸준히 공연되고 있는 4대 장막 중 3개 작품이 연말 관객과 만난다.

먼저 작가 지망생 ‘뜨리플레프’와 배우를 꿈꾸는 ‘니나’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갈매기’가 극단아레떼를 통해 이달 30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대학로의 체호프 전용관 아트씨어터 문에서는 군인 아버지가 죽은 뒤 시골에 남게 된 ‘올가’ ‘마샤’ ‘이리나’의 씁쓸한 이야기를 담은 ‘세자매’를 연말까지 선보인다.

앞선 두 작품이 원작에 충실한 희곡을 선보인다면, 제작사 스토리 포레스트는 ‘벚꽃동산’을 새롭게 재해석한 ‘연꽃정원’을 오는 12일까지 서강대 메리홀에 올린다.

원작에서는 몰락한 귀족가문 ‘라네프스카야’에서 재배하던 벚나무들이 자본가에 의해 무참히 베어지는 상황을 풀어낸다면, ‘연꽃정원’은 경기도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그린벨트와 문화재 지정을 둘러싼 한 가족의 사연으로 변모시킨다.

마지막으로 주인공 ‘바냐’를 중심으로 권력의 허상과 사랑의 아픔을 담은 ‘바냐 아저씨’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원제목과 ‘바냐 삼촌’이라는 친근한 타이틀로 공연된 바 있다. 이번 연말에는 예정된 무대를 찾기 어렵지만, 인기 작품인 만큼 곧 만나볼 수 있을 터다.

4대 장막 외에도 체호프를 만날 수 있는 연극도 다양하다. 미발표 단편 ‘약사의 아내’ ‘나의 아내들’ ‘아가피아’ ‘불행’을 옴니버스로 구성한 ‘체홉, 여자를 읽다: 파우치 속의 욕망’이 이달 12일까지 대전예술의전당, ‘혀’ ‘지나친’ ‘부인들’을 엮은 ‘단편극장’도 같은 날까지 소극장 혜화당에 오른다.

극단 맨씨어터는 12월 한 달간 단편 ‘곰’ ‘청혼’ ‘담배의 해로움에 대하여’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엮은 ‘14인 체홉’을 대학로 설치극당 정미소에서 공연한다.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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