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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라단 스타서빅 부교수 "이용 시간 제한하는 '셧다운제', 유효한 예방법 아니다"


게임문화재단은 11월 2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실에서 '게임과몰입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국제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심포지엄 종료 직후 한덕현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블라단 스타서빅 시드니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부교수가 참석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인터뷰에서 블라단 스타서빅 교수는 게임과몰입은 시간이 아니라 가족, 성격적 요인이나 기본적인 질환 등이 핵심 유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와 같은 관점에서 국내에서 시행 중인 '셧다운제'가 게임과몰입 예방 목적에서 유효한 정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인터뷰 참석자: 한덕현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블라단 스타서빅 시드니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부교수

Q. 한국에서는 청소년들의 게임과몰입을 우려해 '셧다운제'를 시행하고 있다. 연구자로서 실제 이와 유사한 과몰입 예방 정책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나?
블.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시간 자체가 게임과몰입의 주요 원인은 아니다. 시간보다 중요한 기타 요인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과몰입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셧다운제'는 그다지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Q. 그렇다면 게임과몰입의 주요 유발 요소는 어떤 것이 있나?
블. 시간보다는 가족이나 성격, 치료적인 요인이다. 청소년들이 인터넷에 빠지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탈출구로서 해결책으로 인터넷게임을 선택하는 것이다. 즉, 근본 원인을 해결하면 인터넷에 중독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
한. 3년 동안 진행했던 연구에서 게임과몰입에 빠지기 시작한 아이들을 추적 연구한 적이 있다. 원인을 살펴보니 가정불화나 학업 스트레스 등이었는데, 너무 간섭을 많이 하거나 아예 관심이 없는 극단적인 가족형태가 많았다. 또한 우울증이나 ADHD, 다소 낮은 지능 등 기본적인 질환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Q. 게임이 아이들의 뇌구조를 변화시킨다는 연구를 많이 접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 부모들은 악영향에 대한 우려를 하기 마련이다. 실제 연구에서도 영향이 입증되는가?
블. 게임이 인간의 뇌구조를 바꾸거나 피해를 입힌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그렇기에 타당성이 없는 주장이다. 다만 우리는 아직 미래 세대에게 디지털 기술이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이를 위해 현재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 게임을 활용해 뇌 fMRI 연구나 구조 변화 추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게임'은 일종의 중립적 자극이다. 시각을 비롯해 청각, 동작 기억, 촉각 등 게임을 하면서 뇌는 자연스럽게 자극을 받는 것이다. 또한 게임으로 인해 뇌발달 저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이는 게임만 해온 아이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쌓지 못한 것일 뿐, 게임 때문에 발달이 저해된 것은 아니다.

Q. 동아시아 청소년들이 게임을 더 많이 한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또한 아이들의 장시간 게임 이용에 대한 부모의 두려움은 어떻게 해소하나?
블. 실제 그러한 인식이 존재하기는 한다. 몇몇 연구에서 동아시아 아이들이 다른 지역보다 게임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는 데이터가 있었다. 다만 해당 연구의 품질이 높지 못하고 기준을 너무 많이 적용해, 연구를 어떻게 해석해야하는지는 조심스럽다.
. 개인적으로 아이들의 게임 이용시간에 대해서는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적정 시간에 대한 합리적 기준은 부모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제한이 있다고 해서 게임과 관련한 문제를 예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한은 유일한 조치가 아니며, 아이들을 건강한 환경에 두어야만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Q. 만약 교수님의 자제분이 하루에 2시간만 게임을 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실제로 어떻게 대처할 것으로 생각하나?
블. 다른 부모님들과 마찬가지로 아이와 협상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아이들이 왜 2시간만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압적인 방법이나 처벌은 가장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지, 억압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

Q. 미디어에서는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어떻게든 게임과 문제를 연결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블. 개인적으로 미디어와 적이 되거나 갈등을 겪고 싶지는 않다(웃음). 미디어는 기본적으로 센세이션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호주에서도 오랜 시간 게임을 하다가 사망하거나 인터넷게임 이용자가 살인을 저지르는 일이 있었지만, 이는 0.0001%에 속하는 극단적인 사례일 뿐이다. 또한 미디어에서는 비난할 수 있는 희생자로 비디오게임을 쉽게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내 생각에 미디어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보도할 때 좀 더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온라인게임이 가지는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일반인들은 게임에 대해 잘 모르고, 상상하는 일들이 게임 내에서 모두 이뤄질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이로 인해 게임이 가진 양면 중 부정적인 면에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고, 터무니없는 보도마저도 그대로 빨아들인다. 또한 동서양의 문화적인 차이도 존재한다. 서양은 신화에서 보듯 그들이 모르는 세계에 대해 좋은 방향으로 판단하는 반면, 동양은 모르는 것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이 큰 편이다. 이외에도 기성세대보다 인터넷과 게임에 대해 아이들이 더 많이 안다는 점도 부모들이 부정적이고 두렵다고 생각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정우준 기자 ga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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