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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플레이션이 온다…당신 지갑이 위험하다
獨 스타경제학자 ‘하노 벡’ 심각성 경고

年 물가 2% 상승해도 장바구니 영향
국가 재정난 유발…피해는 서민들 몫
일반적 전문가들 의견과는 크게 달라

화폐 대량발행 대신 재정건전화부터
인플레 시기 살아남는 투자법도 제시


양적 완화정책에도 지난 8년간 꿈적않던 인플레이션이 내년에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흔히 인플레이션은 악몽으로 여겨지지만 전문가들은 적절한 인플레이션, 즉 2%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의 고통도 적고 경제성장 달성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최근의 인플레이션 소식을 일각에서 반기는 이유다.

독일 스타경제학자 하노 벡은 입장이 다르다. “인플레이션은 거대한 면도칼 위를 달리는 것과 같다”고 경고한다. 단기적으로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인플레이션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독재주의든 민주주의든 간에 국가는 항상 세금으로 징수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중앙은행은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화폐를 찍어낸다. 인플레이션은 날씨처럼 우리 생활의 일부인 셈이다.”(‘인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이 연 2퍼센트만 상승해도 우리 지갑에는 돌풍이 일고, 4 퍼센트 상승하면 노후 준비는 힘들어진다. 하노 벡과 우르반 바허 포르츠하임대 교수, 마르코 헤르만 전문 투자 분석가가 공저한 근작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어떤 결과를 빚는지 2000년 역사를 오르내리며 돈과 부의 역사를 펼쳐낸다.

인플레이션은 기본적으로는 통화량이 증가해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는 현상인데, 양쪽에 관여하는 인자들은 단순하지 않다.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게 국가 재정난이다.

2016년 연 인플레이션 720%의 베네수엘라의 비극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담배 한 갑을 사기 위해 두툼한 돈다발을 든 사람들이 줄서 있고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배낭 한 가득 돈을 짊어진 풍경이 벌어졌다. 21세기형 사회주의를 주장하며 복지정책을 대폭 확대했다가 유가가 폭락하면서 경제위기를 맞은 것이다. 부족한 재정난을 메우기 화폐 발행량을 늘리다보면, 점점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게 된다. 저자는 20세기 이후엔 인플레이션이 광기의 초인플레이션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경고를 보낸다.

따지고 보면 인플레이션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1970년대 세계는 고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경제 실적이 우수한 독일과 스위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OECD의 인플레이션율이 10퍼센트를 넘었다. 프랑스는 15퍼센트, 이탈리아는 25퍼센트였다. 1980년대에 진정되는 듯했던 인플레이션의 유령은 1990년대 들어 다시 떠돌기 시작한다. 고인플레이션과 고실업이라는 위험한 조합이 등장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당시 경제운용자들은 필립스 곡선 이론대로 실업률이 증가하면 정부의 지출을 늘려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지만 별 신통치 않았다.

필립스 곡선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물가가 상승하면 기업의 이윤이 늘어나고 이 때 노동자는 임금의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낮아지므로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고 본다.


밀턴 프리드먼은 이 곡선이 잘못됐다는 걸 보여준다. 중기적으로는 노동자들이 실질 임금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질임금이 상승하면 원래의 고용효과는 사라지고 만다. 최악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노동자들이 더 높은 임금을 요구했는데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으면 임금과 실업률만 증가하게 된다.

2007년까지는 이런 경험을 교훈삼아 각국 중앙은행이 정해진 비율로만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안정적인 금융정책을 펴온 덕에 잔잔한 항로를 이어올 수 있었다.

그런데 통화량이 증가한다 해도 물가가 반드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이 재화와 용역 대신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경우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만 재화가 아닌 금융자산이 증가하는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잉여자금이 재화시장이 아닌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주가가 상승한다. 자산 인플레이션이다. 이는 통화가 과도하게 투입되면 자본시장이 과열돼 결국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된다.

저자는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억제에만 주력해야 하는데 ’하녀 한 명이 두 명의 주인을 모실 수 없다‘는 틴버겐의 법칙을 어기고 기적의 방패라도 되는 듯 여러 명의 주인을 모시는 상황을 연출하면서 새로운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2007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국가 재정 건전화 대신 대량으로 화폐를 발행하는 금융정책에 저자는 국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힐 수 있다며 심각성을 경고한다.

이 책의 매력은 학자와 투자전략 전문가의 공조에 있다. 인플레이션의 역사를 다채로운 시각으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가 상시 잠재적인 현실에서 우리에게 자산을 지킬 수 있는 법, 수익성 있는 투자까지 실질적인 조언까지 담아냈다.

주식과 인플레이션, 부동산의 상관관계를 비롯, 인플레이션 시대 포트폴리오 구성전략 등 솔깃한 내용이 들어있다. 최근 뜨겁게 달아오른 가상화폐 전망도 귀기울일 만하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상완 연구본부장은 “이 책은 최소한 세 번은 정독해야 한다”며, “읽을 때마다 인플레이션과 부의 관계를 새롭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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