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삶을 이어주는 장기기증①] 생각따로, 행동 따로...‘생명나눔’ 인색한 대한민국
장기기증 등록자, 대기자 비해 태부족
기증 망설이는 이유 1위 ‘막연한 두려움’
‘신체훼손 아닌 신체보존’ 인식 바뀌어야

[헤럴드경제=조현아 기자] “언젠가 내가 받을 수도 있는, 아름다운 나눔을 저부터 시작해보려 합니다.”

“먼 훗날 제가 눈감을 때 한 사람이라도 더 희망을, 생명을 가질 수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로 인해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의미 있고 값진 마지막 모습 아닐까요? 그래서 등록했는데 어렵지 않던데요.”

“가족이 갑작스럽게 떠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생을 마감할 때 다른 사람들이 나로 하여금 생을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지고 큰일을 해낸 것 같아요.”

장기 기증을 약속하게 된 계기는 각기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착한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생명나눔’이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다리는 사람 많지만 실제는…=간혹 갑작스런 사고나 병 등으로 뇌사 상태가 된 가족을 대신해 장기를 기증해 새로운 생명들을 살렸다는 뉴스 미담을 접할 때마다 가슴 한쪽이 뭉클해지는 감동과 함께 ‘동참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러나 생각만큼 실천으로 옮기기 쉽지 않은 것 또한 ‘장기 기증’이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의하면 올 들어 6월까지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 수는 3만2644명인 반면 장기이식이 이뤄진 건수는 2134건으로, 약 6%만이 건강한 삶을 다시 살게 됐다. 또한 이 기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한 사람은 6만5822명이며,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총 202만4632명이 생명나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등 기증희망자 등록 현황. 자료제공=질병관리본부]

▶기증 의향 있어도 7%만 실천, 왜?=그렇다면 장기 기증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해 질병관리본부가 60세 미만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장기기증 인식을 조사한 결과, 기증 희망자와 실제 기증 등록자의 비율은 큰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8.7%가 ‘기증 생각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기증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신체 훼손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답한 사람이 45%로, 장기기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여전함을 엿볼 수 있다.

‘기증 의향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41.3%였다. 그러나 이 중 실제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한 사람은 1.7%에 불과했다. 이처럼 기증 등록률이 낮은 데에는 이 역시 ‘뜻은 있으나 막상 신체기증을 하려니 두렵다’가 절반가량이었으며, 등록 절차를 모르거나(30.8%) 복잡해보여서(9.6%) 시도조차 안 해본 사람이 41% 이상이었고, 기증 등록을 하다가 절차가 복잡해 포기한 사람도 3.3%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장기나 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변화하며 기증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기증자 수가 턱없이 적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장기이식 의료기술을 갖춘 우리나라지만 올 들어 7개월 동안 703명의 환자가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기증자를 위한 지원제도. 자료제공=질병관리본부]

▶기증 등록절차ㆍ시스템 개선 필요=기증 희망 의사가 기증 등록 신청으로 이어지는 데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원인 중 하나인 복잡한 등록 절차는 신청자 맞춤상담과 안내 등을 통해 기증자 편의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장기기증자 및 유족에 대한 추모ㆍ예우 등에 대한 법률이나 시스템도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해 장기기증 문화 활성화를 위해 9월 ‘생명나눔 주간’ 지정 등 국가가 장기 등 기증자 및 그 유족에 대해 추모 및 예우 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됐으며, 장기 기증 등록률이 높은 미국이나 영국처럼 운전면허시험 응시자에게 장기기증 희망 의사를 물어 등록률을 높이기 위한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최기호 질병관리본부 장기기증지원과장은 “장기ㆍ인체조직 기증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스페인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많이 적은 편”이라며 “‘장기ㆍ조직 기증은 생명의 끝이 아닌 ‘새로운 삶의 시작’이자 ‘신체의 훼손이 아닌 신체의 보존’이라는 인식이 더욱 확산돼 실제 기증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o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