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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 파도 커피 키울 물 없어”…케냐 ‘신이 내린 커피의 나라’ 무색
[나이로비(케냐)=박준규 기자] 케냐의 커피산업은 오늘날 이 나라의 주요한 먹거리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케냐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963년부터 1988년까지 커피는 케냐에 외화를 벌어다 주는 몇 안 되는 수단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1975~1986년 사이엔 커피 수출이 전체 수출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케냐 현지에서 만난 커피업계 관계자들과 농부들은 “그런 호시절은 지났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황이 어려워진 배경은 복합적이지만, 가장 강력하고 그만큼 우려스러운 건 단연 ‘기후변화’다. 기후변화의 손길이 아프리카 대륙에 끼친 영향은 고스란히 커피 수확량이 출렁이는 결과를 낳았다. 


아프리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주요 커피 생산국인 케냐. 해발 1300~2000m 사이의 고지대에서 고급 품종인 아라비카 커피 열매(체리)가 자란다. 키암부(Kiambo), 티카(Thika), 니에리(Nyeri), 키시(Kisii)가 대표적인 지역이다. 강수량이 풍부하고 영양분과 미네랄이 풍부한 화산토질로 이뤄져 커피가 자라기 알맞은 곳들이다. 케냐가 ‘신이 내린 커피의 나라’라고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그 별칭이 무색할 정도다. 풍부했던 생산량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케냐 농축산부는 커피 주산지인 니에리 카운티에서 올해 수확한 규모는 지난해보다 1480만㎏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농축산부 관계자는 “비가 내려야 할 시기에 강수량이 10~20% 줄어들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이들은 ‘소규모 자작농’(small holder)이다. 케냐 현지에서 커피를 생산하는 박상열 골드락인터내셔널 사장은 “대형 농장들은 자체적으로 커피 재배를 위한 저수지와, 지하수 펌프 등을 보유하고 물을 확보하고 있지만 소규모 농장들은 무방비 상태”라고 상황을 전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케냐 본부의 지포라 오티에노(Zipora Otieno) 코디네이터는 “커피는 그 자체로 식용하는 작물은 아니지만 케냐 사람들의 주요 소득원인 만큼 커피 재배의 어려움은 국가 경제 전반 치명적인 상처다”라고 우려했다.

지난 7월 초, 나이로비에서 만난 농부 윌슨 은자기(Wilson Njagi)로부터 커피 재배가 어려워진 최근의 상황을 더욱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케냐 동남부에 약 40만4700㎡(약 12만2000평) 크기의 커피농장을 관리하고 있다. 전체 농장 부지 가운데 90% 이상에 커피 나무를 심었다.

“지금 관리하고 있는 농장을 처음 조성하던 작년에 지하수를 끌어 올려서 커피 재배에 활용하려고 했는데 물길을 찾지 못했어요. 2번 시도했는데 번번히 실패했어요. 그만큼 물이 가물었다는 얘기죠.” 결국 윌슨은 우물을 포기하고 농장 부지를 파내 인공 수로를 설치해야 했다.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의 습격으로 커피 재배가 어려움을 겪는 건 아프리카에서 비단 케냐만의 상황은 아니다. 아프리카의 ‘커피 벨트’를 구성하는 주요 생산국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커피 종주국’을 자처하는 에티오피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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