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으로 커피를 재배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환경보전에 도움이 될까. 베트남 달랏지역에서 찾은 유기농 커피농장은 자연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커피나무를 재배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는 오히려 자연이 주는 이득을 더 많이 얻고 있었다.
가축의 분뇨와 커피열매껍질을 섞은 천연 비료. |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재배=베트남 달랏에서 유기농 커피농장을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차량에서 내려 구불구불한 산길을 힘겹게 10여분 정도 올라가니 숲의 한 가운데에 도착했다. 그 곳에 우뚝 서있는 커피나무는 과일나무들과 풀, 꽃 사이에서 자라고 있었다.‘라비엣’ 커피농장 관리를 맡고 있는 응웬 반선은 날아든 새들이 커피나무에 해로운 곤충들을 잡아먹는다고 설명했다.
한 구석에는 커피나무의 비료가 될 천연재료들이 쌓여있었다. 응웬 반선은 “가축 분뇨에 커피열매 껍질을 섞어 만든다”며 “화학비료에 비해 영양분이 더 풍부해서 커피품질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살충제 역시 살충작용이 있는 인도의 님(neem)나무 추출물과 고추, 마늘 등의 재료를 알콜에 섞어 만든 천연약을 사용하고 있었다. 커피는 농약을 많이 치는 작물 중 하나다. 하지만 과도한 농약 사용은 수질과 토양, 생물의 다양성을 해치고, 농부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공정무역 비영리단체인 ‘아름다운 커피’에 유기농 커피 생육의 자문을 제공중인 프라찬다 만 시레스타 이사장은 “화학비료는 시간이 지나도 토양에 없어지지 않고 남아 생산량ㆍ품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커피 재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쉽다”고 지적했다.
▶좋은 영양분을 먹고 강하게 자란 커피=유기농은 커피 품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응웬 반선이 보여준 유기농 커피 열매는 단단했다. 그는 “유기농 커피가 일반 커피보다 크고 품질이 더 좋다”고 했다. 주변 나무들의 뿌리나 떨어진 잎에서 나오는 영양분이 커피나무의 훌륭한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커피나무 주변에는 떨어진 잎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라비엣’ 커피농장과 카페를 운영중인 짠 눗 왕은 “유기농은 돈과 비용을 더 들여 관리를 해야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가 유기농을 고집하는 이유는 충분했다. 짠 눗 왕은 “지난해 달랏에서 심각한 가뭄으로 커피 수확량이 30% 줄었는데 우리 농장에서는 10%만 감소했다”고 밝혔다. 유기농 재배의 토양은 비상상황에서도 커피나무에 제공할 물과 영양분이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프라찬다 만 시레스타 이사장에 따르면 가뭄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를 거친 커피의 생육 차이를 보면 유기농이 재해에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 짠 눗 왕은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에서 받은 커피품질 평가지도 보여줬다. 자신의 유기농 커피가 일반 재배 커피보다 맛 평가부분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더 좋은 영양분을 먹고 건강한 토양에서 자란 커피가 맛도 더 좋다는 자신감이었다.
gorgeo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