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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FTA 재협상전략 가이드라인 - 배기표(국제통상전문 미국공인회계사ㆍ경제평론가)
지난 10월 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한국과 미국은 FTA의 취지인 양국 호혜성 강화를 위해 사실상 FTA 개정협정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미국 행정부에서는 한미 FTA 폐기의 검토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 핵심근거는 재협상을 지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현재 자국 산업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이라는 경제정책 목표의 적극적 실천을 통한 지지율 제고가 절실해진 정치적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며, 이를 위한 가장 상징적 행동이 바로 한미 FTA의 폐기 또는 자동차, 철강 등의 기관산업에 대한 강력한 보호체계 구축을 위한 한미 FTA의 혁신적 개정에 있는 것이다. 


트럼프 스스로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가치체계를 진실되게 담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트럼프에 가장 비판적이었던 뉴욕타임스 조차 대선에서 사실상 선거전략의 성공프레임워크로 활용됐다고 제기한 그의 회고록(저널리스트 토니 슈워츠와 공저)인 ‘거래의 기술’에 담겨져 있는 그의 다양한 세부 협상전략을 분석해 볼 때, 그는 현재 FTA 불균형을 미국경제의 부정적 위험상황으로 과장해 해석하는 리스크 데믹(RISK DEMIC)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즉, 한미 FTA 재협상은 실체적 무역수지의 진실과는 달리 자신의 정치적 포지션을 강화시킬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 도구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정부가 8월에 제안한 한ㆍ미 FTA 효과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원인에 대한 공동조사와 같은 지엽적 노력은 미국측으로부터 구조적으로 그 어떤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FTA 폐기 또는 자국 중심의 혁신적 FTA 개정을 통해 자신을 대통령을 만들어 준, 미국 중산층 백인들이 가장 쉽게 경기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 주겠다는 시그널인 것이다. 시기적으로도 북핵위기에 따른 미국의 한국에 따른 협상력이 높아진 시점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 인식 속에서 지금 우리는 어떠한 협상전략을 세워야 할 것인가? 첫째, 우리의 새로운 협상목표를 단순히 지금처럼 우리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FTA 유지가 아닌, 최초 FTA 체결 목적에 부합하는 상호 이익의 강화에 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보다 당당하고 평등한 입장에서 재협상이 가능할 것이며, 묵시적으로도 상호 FTA 파기가 가능한 것임을 인식하기 때문에 자국내 정치적 상황과 여론의 추이를 보아가며, 서로의 이익을 적절히 보전하는 선으로 FTA 유지로의 합의가 가능해질 수 협의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대한민국도 협정의 파트너가 지나친 손실을 본다면, 협정의 파트너로써 그리고 우방국으로써 FTA 파기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력히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상대국 수입시장 내 점유율은 2016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은 미국내 3.19%에 불가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권은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로 상징되는 국정운영 목표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서, 특히 자국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는 범위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한미 FTA 폐기 카드를 만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FTA 재협상에 따른 우리의 잠재적 손실액을 면밀히 분석 및 예상하고, 그 손실이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준인지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다. 재협상을 통해 미국은 자동차 관세율을 현행 0%에서 상향조정할 것이며, 철강은 반덤핑관세나 상계관세 적용 확대 등을 시도할 것이다. 또한 서비스산업 개방 확대와 에너지부문의 추가협정도 요구할 것이다. 분석과정에서 미국측 요구가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라면, 우리 역시 FTA를 유지할 의미가 사라지게 되면 과감히 폐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만약, 양측 이해관계의 접점이 모아져, 협상과정에서 양국이 FTA의 유지에 대해 합의가 이뤄진다면, 합리적 범위 내에서 재협상의 내용이 정해질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도 우리는 농업 등 우리 산업의 보호에 당당히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

협상은 서로의 내면적 욕구를 알아내어 상호 만족시켜 줄 수 있을 때, 타결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내면적 욕구를 정확히 읽어야 할 것이며, 이에 대해 우리의 적정 이익을 보전하면서 맞춰줄 수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하는 것이다. 경제규모와 국제정세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재협상은 기울어진 운동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FTA의 본질과 취지를 지키겠다는 원칙주의적 입장을 표명하여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한미 FTA 개정을 동맹국인 양국이 신의를 지켜나가며, 모두의 번영을 위한 이익의 균형을 찾기 위한 전환점으로 생각하고, 재협상에 당당하게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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