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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로에 선 한국지엠]‘의도된 부실’인가?…매출원가 비율만 93%, “수익성 포기한 회계 정책”
- 6140억 연구개발비 모두 ‘매출원가’ 처리
- GM관계사 차입금 이자비용만 연간 1300억
- GM 업무지원 이유로 매년 수백억 비용 부담
- “부채만 남기고 털고 나가려는 전략” 지적도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한국지엠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공장 매각 및 폐쇄 가능성, GM 지분 철수설의 근원에는 지난 3년간 2조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 적자가 자리한다. 이로 인해 한국지엠은 작년말 기준 부채비율이 8만6000%에 이르렀고, 올해 상반기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그 원인은 GM 본사에서 2013년 결정한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와 최근 오펠 매각 등에 따라 한국지엠의 연간 판매량이 약 80만대(반조립제품 포함)나 줄어들면서 매출액이 축소된 영향도 있지만, 한국지엠의 매출원가가 너무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설득력있게 제기된다.

높은 매출원가의 중심에는 북미와 중국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있는 GM본사의 글로벌 사업 전략이 자리하며, 그로 인해 한국 등 그 외 지역 사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 결국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지엠 부평 공장 서문으로 한 남성이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비정상적으로 높은 매출원가 비율= GM본사의 한국 사업에 대한 부실에 의문이 제기되는 데는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지엠의 매출원가가 자리한다.

지난해 한국지엠의 매출원가 비율은 93%에 달했다. 인건비를 포함한 판관비 등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는 상황임에도 최근 3년간 모두 90%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다른 완성차업체들의 평균 매출원가 비율이 80~84%에 그친 점을 감안할 때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수익 창출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높아진 매출원가의 원인에는 쉐보레 브랜드 유럽 철수 등에 따른 매출 감소도 있지만, 한국지엠의 매출액이 최고치에 달했던 2012년에도 매출원가 비율은 91.6%에 달했다는 점에서 제한적이다. 오히려 매출 감소보다는 과도하게 높은 매출원가 구조에서 부실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지엠 측에서도 과도한 매출원가에 대한 지적에 대해 일부 인정한다. 회사 관계자는 “세부적인 매출원가 구성은 대외비라 공개할 수 없지만, 연구개발비 처리 등에서 원가를 높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비 모두 매출원가로 처리= 한국지엠은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가운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가장 높다. 지난해 6140억원을 투입했고,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5%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2.5%, 3.1%에 그쳤다.

높은 연구개발비 비중은 긍정적지만, 문제는 그 비용을 전액 매출원가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연구개발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개발비의 경우 회계 처리에 있어 무형자산으로 분류해 원가 부담을 줄이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모두 원가에 포함시키며 매출원가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만 보더라도 연구개발비의 절반 정도가 개발비로 사용되고 있으며, 무형자산으로 회계 처리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2조3000억원의 연구개발비 가운데 1조2000억원 정도를 개발비로 사용했고,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금융감독원 소속 회계 전문가는 “한국지엠이 연구개발비를 모두 매출원가에 포함시켜 처리하는 것이 회계 원칙을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수익성을 포기한 회계 정책으로 볼 수 있다”며 “회계 처리 방식에 따라 적자 규모도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익성 악화 요인 곳곳 산재= 한국지엠의 연결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매출원가 외에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해 한국지엠의 당기순이익 적자 규모는 6200억원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적자가 5200억원으로 영업이익보다 순이익 적자 규모가 큰 상황이다. 이는 영업외 쪽에서 적자 폭을 키우는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

영업외 비용을 키우는 대표적인 항목이 바로 이자비용이다. 한국지엠은 2조원이 넘는 차입금에 따른 이자비용으로 지난해 1300억원을 지급했다. 그 규모도 문제이지만, 이자를 지불하는 곳이 GM관계사라는 점에서 시선이 곱지 않다. GM관계사들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매년 5% 안팎의 ‘이자놀이’를 하고 있지 않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뿐만 아니다.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 최상위 지배자인 GM으로부터 재무 및 자금, 회계, 세무, 내부감사 등의 업무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 규모가 2014년 140억원에 이르렀고, 2015년에는 690억원, 2016년에는 430억원에 달했다.

또 한국지엠은 GM 관계사에 기술개발 및 구매용역제공계약 등에 따라 매년 500억원 안팎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한국지엠 관련 자문의견서를 작성한 바 있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위한종 경영학박사는 “최근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한국지엠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GM이 한국 시장에서 사업철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인위적 부실화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채만 남기고 털고 나가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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