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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군기해이와 한심한 안전의식이 빚은 철원총기 참사
국방부가 지난달 26일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한 이모 일병 사망사고는 유탄 때문이라고 특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일병이 사격장 인근 전술 이동로를 지나는 도중 조준한 곳에 맞지 않고 빗나간 총알이 직선으로 날아와 머리를 맞아 숨졌다는 것이다. 이 일병은 이날 오후 진지공사 일과를 마치고 소대원들과 함께 부대로 돌아오던 중 변을 당했다. 참으로 황당하고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격 중 병력 이동만 제대로 통제했어도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

철원 총기 참사는 우리 군의 기강과 안전 의식이 얼마나 한심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선 사고가 난 이동로와 사격장 사로(射路)와는 360m 가량 떨어졌다. 통상 병사들이 사용하는 K-2소총의 유효사거리가 460m정도 된다고 한다. 총구가 조금만 과녁을 벗어나도 유탄이 유효사거리내 사고지점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주변 나무 등에는 유탄에 맞은 흔적이 70여군데나 발견됐다. 이렇게 위험한 지역인데 병사들이 아무런 제재없이 이동로를 이용했던 것이다. 군 당국은 매 분기 사격장 안전 점검을 해 왔다지만 도무지 뭘 점검하고 보완했는지 알 수가 없다. 안전 점검은 그저 요식행위였을 뿐이었던 것이다.

병력인솔부대의 안전의식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격장 총소리를 듣고도 병력이동을 중지하거나 우회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갔다. 더욱이 해당 소대장은 사고지점 통과 당시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고 한다. 사격훈련부대도 다를 바 없다. 문제의 이동로 양측에 2명씩의 경계병을 투입했다. 하지만 경계병들은 자신의 임무가 뭔지도 제대로 숙지시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마디로 이번 참사는 사격 훈련부대와 관리부대, 병력 인솔부대, 나아가 군 당국의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사고가 나자 조사도 해보지 않고 딱딱한 물체에 맞고 튕겨 나간 도비탄이 사망원인이라고 봉합을 서둘렀다. 총체적인 안전불감증만 해도 복장이 터질 판인데, 사고를 축소하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것이다.

가뜩이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국가안보가 더 없이 위중한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 군 내부에서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해 멀쩡한 병사가 일과 수행중 사망하는 후진국형 참사가 빚어졌다. 이런 군을 믿고 국민들이 편히 밤잠을 이룰 수 없다. 다시는 이같은 불행한 사고가 발생해선 안된다. 달리 특별한 대책이 있을 게 없다. 군의 기강이 바로 서고, 안전 의식만 확립되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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