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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다연이 한가위에 선사한 ‘인간 승리’의 드라마
14개월 고통 이겨낸 스무살 우리들의 딸

비움,연습,간절함,집중력으로 고통 극복

이정은과 경쟁하던 유망주때 기량 회복중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명절은 결실에 대한 감사의 의례요,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힐링의 휴식기이다.

가족, 친지, 은사 등과 정담과 교훈을 나누며 삶의 자세를 바로잡는 성찰의 시간이기도 하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좀 있긴해도 눈을 크게 뜨면 교훈은 도처에 있을 것이다. 여자골프의 스무살짜리 우리들의 딸, 이다연이 명절을 앞두고 ‘인간승리’의 이야기를 전해, 국민의 가슴을 따스하게 한다.

이다연은 1일 끝난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팬텀 클래식 with YTN’에서 우승했다. 14개월간 이어진 드라이버 입스(두려움때문에 생긴 불안정한 경기태도), 재기를 위한 연습과정에서 입은 생각지도 못한 부상, 기권과 예선탈락의 연속 등 지난(至難)했던 과정을 조금씩 극복해가는 의지가 여간 대견스러운 것이 아니다.
  

키 157㎝로 비교적 단신인 이다연은 88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이 대회에서 쟁쟁한 언니 오지현과 이승현을 모두 꺾고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리더보드 최상단에 자리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골프선수 출신인 이다연은 루키였던 지난해 시즌 초반 롯데마트여자오픈과 교촌 허니레이디스 오픈에서 각각 4위를 차지하는 등 신인 중 최상위권 반열에 올랐다. 올해의 대세로 성장한 이정은(21), 작년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우승한 이소영(20)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망주였던 것이다.

하지만 열아홉의 이다연은 6월 이후 갑작스럽게 드라이버 입스에 걸리며 13차례 대회에서 12차례 컷 탈락하고 만다. 시드확보가 가물가물하던 때 이를 악물고 경기에 임해 혼마골프ㆍ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공동 15위, 팬텀 클래식 공동 7위, 시즌 최종전 ADT 캡스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기사회생했다.

입스에서 탈출한 뒤 올시즌에 대비한 맹연습에 돌입했다. 연습벌레에 당해 낼 장사는 드물다. 새로운 후원사도 얻었고, 입스에서 해방됐지만, 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 3월 맹연습 과정에서 발목부상을 당한다.

이다연은 “3월 국내 개막전을 앞두고 가볍게 훈련하다가 발목을 접질렸다. 삐었다고 생각했는데, 검사를 받아보니 인대가 파열됐다. 수술 후 한 달간 입원했고, 6월말까지 재활에 집중했다”고 회고했다.

병원에 한달간 누워있다 퇴원한 뒤에도 골프 스윙을 재개하기 까지는 한 달 이상이 걸렸다.

11개 대회가 끝난뒤 6월부터 경기에 출전해봤지만, 자기 몸으로 직접 해본 임상 실험은 시기상조였음을 깨닫게 한다. 2개 대회 연속 기권, 4개 대회 연속 컷 탈락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받아든다.

스무살 어린 나이에 꽃도 못 피워보고 자포자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다연은 골프를 내려놓지 않고 걱정을 완전히 내려놓았다. ‘내려놓기’를 통해 성적보다는 경기 순간 자기 플레이에만 집중하는 버릇이 이다연에겐 생겼다.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서 20위, 한화클래식서 39위, 이수그룹 챔피언십 26위로 조금씩 ‘신동’때의 기량을 되찾기 시작하던 이다연은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3라운드를 제외하곤 60대 타수를 기록하며 12위에 올랐다.

지난주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태셔널에서 22위로 워밍업을 마친 이다연이 이번 대회 들어 첫날 12위, 둘쨋날 공동선두 그룹에 2타차 공동 4위로 상승세를 탔지만 우승후보에 거론되지는 못했다. 쟁쟁한 언니들의 수성과 추격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비움의 힘은 강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아무도 이다연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이다연은 경기를 마친 뒤, “우승은 생각하지 않고, 경기 자체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늘 후반이 부족했는데, 어제 끝난 후 마지막까지 잘 해보자고 결심했다. 18홀 내내 ‘적당히’ 긴장하며 임했다”고 말했다.

이다연은 현재 몸 상태와 명절 연휴 계획에 대해 “재활하면서 좋아졌지만, 재활 후 시합을 계속하다 보니 조금 약해졌다. 나빠졌다기 보단 피로가 누적됐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명절 내내 쉬면서 관리하겠다”고 했다.

우승의 의미에 대해서는 ‘간절함’이라고 답했다. 우승이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서의 간절함이라고 했다.

이다연이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보인 고통으로부터의 해방 의지, 비움, 간절함은 모든 사람에게 통용될 위기극복의 덕목인 것 같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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