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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이민화 KCERN 이사장·KAIST 교수]‘디지털 헬스케어’ 얽힌 의료거버넌스의 해법
시장과 제도가 충돌한다는 헬스케어 패러독스로 인해 헬스케어 거버넌스(운영체제)는 매우 복잡하다. 헬스케어는 사용해보고도 품질을 평가하기 어려운 신뢰재로, 협상력의 불균형과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한다. 평판의 누적으로 정보의 불균형이 해소되고 소비자의 집단화로 협상력의 균형을 맞추기 전에는 시장기능이 작동되기 어려운 분야다.

이러한 헬스케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 혹은 보험회사의 개입으로 협상력의 불균형을 보완하고 있으나, 정보의 비대칭은 상존하고 있다. 그 결과 헬스케어는 시장에 맡기면 미국처럼 고비용 양극화 구조로 가고, 제도에 맡기면 영국처럼 비효율 비혁신의 저급의료로 전락하게 된다는 게 역사적 교훈이다.

미국은 이제 오바마케어로 제도를 강화하고 영국은 정보화로 시장기능을 보완하는 중이나, 헬스케어 패러독스의 본질적 극복은 요원한 실정이다.

한국은 민간 시장경쟁에 의료서비스를 맡기고, 정부는 국가 단일 의료보험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구조로 복지의료에 성공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보험과 의료기관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의 결과가 불신으로 누적돼 원격의료 등의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병원 내에서도 병원의 경영자와 의료종사자들의 이해관계는 다르다. 병원은 수익이 중요하나 의사들은 개인의 수입과 업무량에 민감하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보상기준 수립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헬스케어 분야 이해관계자는 GDP 대비 경상의료비와 국민의 복지를 목표로 하는 국가, 수익이 중요한 병원, 개인의 수입와 업무량이 중요한 의료인, 보험회사와 의약품 및 의료기 제조사 등이 있다.

의료인 중에서도 전문의료인과 조직화된 의료인으로 나뉘어지고, 병원도 1, 2, 3 차 병원마다 이해관계가 다르다.

헬스케어 거버넌스 문제의 본질은 시장으로 가기에는 정보와 협상력의 비대칭이 크고, 제도로 가면 효율과 혁신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헬스케어 혁신의 1차적 목표는 정보의 비대칭과 협상력의 불균형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2차 목표는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는 분야를 제도로 적정수준 관리하는 것이다.

즉. 국민의 최소 건강유지 분야는 복지제도로, 삶의 품질 분야는 시장으로 가는 ‘투 트랙(two track)’ 구조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가 전통적 의료거버넌스 문제의 돌파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데이터로 연결된 지능기반의 건강관리로 요약된다. 이는 의료정보화로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고, 환자의 집단지능화로 협상력의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

이제 원격의료 사례로 의료거버넌스의 지향점을 살펴보자. 원격 만성병 관리는 2030년 기준으로 25조원 규모의 의료비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원격의료로 27% 비용절감 사례가 보고된 적 있다.

혁신의 필요조건은 국가 전체의 이익이고 충분조건은 손해 볼 집단에 대한 보상이다. 만성병 원격의료를 통해 1, 2차 의료기관은 환자관리로 수익을 얻고, 3차 의료기관은 전문지식 제공으로 수익과 지식을 축적해 글로벌화를 한다면 모두가 이기는 게임이 된다.

또 원격의료로 보험사는 수동적 보험이 아니라 능동적 보험을 개발할 수 있다.

당뇨환자의 당화혈색소 수치가 떨어지면 국가 의료비는 감소하고, 보험사 수익은 증가해 이해관계자들에게 배분이 가능하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복잡한 의료거버넌스 문제의 돌파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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