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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도 나그네 추억 서린 영주역 ‘역전의 부활’…도시재생 성공 10선
중앙선-영동선-경북선의 중심 영주역,
문래동, 인천송월, 서천 거듭나기 성공
가을 여행자 손짓하는 원도심 재생지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고속도로가 사통팔달로 뚫리기 전 시절, 많은 사람들은 영동선과 중앙선이 만나는 영주역에 추억 한 자락쯤 남겼을 것이다.

득량역은 바닷사람들, 제천역은 탄광촌 사람들의 애환이 서린데 비해, 영주역은 뭍사람, 바닷사람, 산업역군, 탄광사람 등 이런 저런 ‘희망 품은 나그네’들이 중간에 머물렀다 다시 떠나는 곳이라는 점에서 육로의 중심 대전역과 비슷하다. 대전이 남서 철도교통중심지였다면, 영주는 북동의 교차로였다.

강원도 황지에서 영월-제천으로 이어지는 태백선이 생기기 전 영동선의 남쪽 종착역인 영주역은 백두대간 동쪽 사람들이 육지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첫 관문이었다.

가락국수, 찐 옥수수의 향내가 짙게 풍기는 플랫폼에서 구수한 인정을 삼키다가도, 가끔 서슬퍼런 철도 공안 일행이 무임승차객들 단속을 위해 들어서면 긴장하기도 했다. 8살된 아이를 6살이라고 주장하면서,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표를 끊지 않은 엄마는 제복차림의 철도공안원과 사활을 건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역전 실비식당 나그네의 미소
= 환승, 앞차와의 간격 등 이유로 영주역에 머무르던 팔도 나그네들은 역전반점, 실비식당에서 추억 한 사발 들이킨 뒤 영주역 인근 거리를 거닐었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고향집에 가서 풀어놓은 이야기 선물을 생각하며 미리 웃어보기도 했을 것이다. 상행선 타고 일터로 돌아갈때엔 까칠한 계장님과 어떻게 관계설정을 다시 할지 생각해보고, 충전된 에너지로 부모님 호강시키고 자식 공부시키기 위한 목표 금액을 슬쩍 높이며 입가에 미소를 그리기도 했을 것이다.

철도교통의 중심지였지에 영주역 인근엔 사단본부 막사 처럼 도열한 철도관사촌, 나그네들이 잠시 머무를 식당, 의상실, 빵집 거리가 형성돼 있었다.

영주시는 근현대에 영주역과 함께 발전했다. 후생시장은 1955년 당시 영주역 인근에 생겨났다. 적산 가옥을 본뜬 길이 100m 상가 형태가 다른 지역과 구별된다. 팔도 나그네들의 크고 작은 추억이 남겨졌을 법한 곳이다.

▶영주, 도시재생을 하다
= 사람 뿐 만 아니라 소화물의 집산지, 거래처가 되다보니 나그네를 위한 기본 숙식, 미용 인프라 외에도 곡물 시장, 고추 시장이 대규모로 형성됐고, 경북, 충북은 물론 서울과 강원도에 까지 판매됐다.

그러나 영주역이 이전하고, 철도 외에 다양한 교통 수단과 경로가 생기면서, 후생시장 일대는 쇠락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활력을 되찾기 위해 2014년부터 도시 재생 사업에 나섰다. 올해가 그 시행 마지막 해다. 후생시장은 상가의 기본 틀은 살리며 정비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새 단장을 하다보니 거리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깨끗해진 것이 탈이지만, 외관은 40년전 그 모습으로 되살아나 정겹다.

한국관광공사는 영주시를 비롯해 도시재생에 성공한 10곳을 10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후생시장 구경을 마치고 인근 중앙시장과 삼판서고택에 들러도 좋다. 서천 자전거공원은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한다. 무섬마을까지 가는 12km 코스에 이용하기 적당하다. 편안한 휴식은 국립산림치유원이나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를 추천한다. 온천 옆은 인삼박물관이다. 10월 말에 경북영주풍기인삼축제가 열리니 때맞춰 여행 계획을 짜도 좋을 듯하다. 영주를 더 깊게 들여다보면, 선비촌, 부석사, 소백산 등 양파같이 매력있는 도시라는 것을 금새 알게 된다.


▶부산 산복도로= 산허리를 이어주는 산복도로는 부산 시민의 삶을 진하게 품고 있다. 산동네에 빼곡한 집과 집 사이로 난 골목은 산복도로의 어제를 말해준다.

대표적인 산복도로인 망양로를 따라 눈이 시린 부산의 풍광을 즐기다가 감천문화마을 전망대에서 인생샷 하나 찍으면 되겠다.

산복도로를 만난 뒤에는 시장 구경에 나설 차례다.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에 들러, 흥겨운 경상도 사투리를 속에 있는 과거 부산 시민의 삶을 볼 수 있다.

올여름 부산에서 인기를 끈 송도해상케이블카도 놓치면 안 된다. 바다 위에서 부산을 시원하게 내려다보면 오늘의 부산이 다가온다. 여유가 있다면 산복도로 야경을 추천한다. 산복도로의 주황색 불빛이 가슴속에 숨겨놓은 그리움을 불러줄 것이다.


▶서울 문래창작촌과 성수동 수제화거리= 한때 서울에서 가장 큰 철강 공단 지대였으며, 지금도 철공소 1000여 곳이 있는 문래동은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면서 ‘문래창작촌’이란 이름을 얻었다.

공장 담벼락과 철문, 거리 곳곳에 이곳이 예술로 다시 피어나고 있음을 알리는 그림과 조형물이 생겼다. 덕분에 주말이면 카메라를 들고 문래동을 찾는 젊은이의 발길이 이어진다.

문래동의 도시 재생을 예술가들이 이끌었다면, 성수동 수제화거리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앞장섰다. 이들은 지자체와 힘을 합쳐 성수동 일대를 ‘수제화거리’로 만들고 다양한 볼거리와 쇼핑, 체험 공간을 운영한다.

성수동 수제화거리 인근 서울숲에 있는 ‘나비정원’도 낡은 정수장을 활용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 3번 출구에서 서울애니메이션센터까지 이어지는 ‘재미로’는 만화 캐릭터로 꾸몄다.


▶강릉대도호부 관아= 강릉대도호부 관아가 자리한 명주동은 고려 시대부터 행정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한때 강릉시청과 강릉대도호부 관아가 나란히 자리했지만, 시청이 이전하고 다른 곳에 번화가가 생기면서 명주동의 중심 역할은 사라졌다.

편안하게 늙어가던 명주동은 강릉문화재단이 명주예술마당, 햇살박물관, 명주사랑채, 작은공연장 단 등 문화 공간을 운영하면서 강릉커피축제, 명주플리마켓, 각종 콘서트와 공연을 열어 활기가 넘친다.

명주동 여행은 호젓한 골목길을 따라 문화 공간, 객사 터인 강릉대도호부 관아, 등록문화재인 임당동성당 등을 둘러본다. 명주동 도심을 구경한 뒤에는 왁자지껄한 중앙·성남시장에서 점심과 주전부리를 즐기고, 남대천을 따라 커피향을 좇아 안목해변까지 걸어도 좋다.


▶대전 대흥동, 소제동= 대흥동에는 리노베이션한 카페나 오래된 맛집이 많고, 소제동에는 1920~1930년대 지은 철도관사촌이 있다. 모두 오래된 풍경을 간직한 곳으로, 이 가을과 잘 어울린다. 더욱이 두 동네는 최근 10여 년간 도시 균형 발전을 위한 재생 작업이 꾸준히 진행되어, 도시가 걸어온 시간을 한층 풍성하고 멋스런 이야기로 들려준다.

근대부터 100년이 넘는 시간을 타박타박 걸으며 만나고 싶다면, 대흥동과 소제동을 찾아라. 대전역을 기준으로 대흥동은 서쪽, 소제동은 동쪽에 있어 연계해 둘러보기 좋다. 하루 종일 도심을 걸었다면 우암사적공원에서 운치 있는 자연을 만끽하거나, 조금 떨어진 곳에서 도시를 봐도 색다르다.

대동하늘공원과 보문산, 식장산이 멀리서 바라본 도시 야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여독은 온천욕으로 풀자. 유성온천단지에 무료 족욕체험장이 있다.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길= 개항 당시 독일인 거주지역으로 넉넉한 편이었던 송월동은 1970년대 들어 조금씩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젊은 사람들이 새롭게 개발되는 인천 주변 도시와 서울로 떠난 탓이다.

낡은 건물과 노인만 남은 송월동에 중구청의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2013년에 시작된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은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송월동을 동화마을로 바꿔놓았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짜장면을 선보인 차이나타운과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다시 주목받은 인천아트플랫폼, 개항 당시 인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개항장거리 등도 인천 중구 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곳이다. 


▶충주시 성내동 충인동= 신시가지 개발로 활기를 잃던 충주 원도심 성내, 충인, 성서동 일대가 도시재생을 통해 거듭나고 있다. 지난 8일 개관한 관아골 청년몰 ‘청춘대로’가 그 신호탄이다. 저마다 개성을 살린 20여 점포가 입점했다. 성내동과 성서동 젊음의 거리 일대 빈 점포에는 청년가게가 차례로 들어설 예정이다.

원도심 대표 번화가인 성서동 젊음의 거리는 보행 환경 개선 사업과 청년가게 입점으로 변신을 꾀한다.

충주 원도심을 여행할 때 전통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무학시장, 자유시장, 풍물시장 등 여러 시장이 모여 있어 구경거리가 많다. 골목의 매력이 살아 있는 지현동 사과나무 이야기길은 사진 찍기 좋다.

말이 세계무술공원이지, 이곳은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가기 딱 좋다. 충주호 언저리가 내려다 보이고 미로형 공원 칸막이 담벽위로 올라갈수도 있어 재미, 모험이 함께 한다. 차라리 생활무술 관련 콘텐츠가 야외 마당에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어린이들이 놀기 좋은 곳이다.

▶서천 문화예술창작공간= 충남 서천에는 1930년대 건립된 미곡 창고가 지역민과 여행자를 위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서천군 문화예술창작공간이 있다.

2014년 등록문화재 591호(서천 구 장항미곡창고)로 지정된 이곳은 전시와 공연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공간과 카페를 갖췄다.

문화예술창작공간 뒤쪽에는 장항 6080 음식 골목길과 서천군에서 유일한 개봉관인 기벌포영화관도 있다. 판교면 현암리는 낡고 허름한 풍경이 매력적인 시골 마을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독특한 분위기가 여행자의 발걸음을 이끈다. 판교오일장이 열리는 날 찾아가면 볼거리가 더 풍성하다.

장항읍에는 국립생태원과 신성리 갈대밭,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 등 하루 코스로 엮어 돌아볼 만한 명소가 많다.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의 가을 산책, 홍원항의 전어 요리는 서천 여행을 금상첨화로 이끄는 고명들이다.

▶마산 창동예술촌= 마산 창동은 한때 경남에서 가장 번성한 곳이다. 2000년대 들어 급격히 몰락한 창동은 2011년 도시 재생 사업이 시작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빈 점포를 공방과 아틀리에로 꾸몄고, 젊은이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무료로 대여하는 한복을 입은 젊은 여행자가 골목마다 들어선 갤러리와 카페를 돌아보며 생기를 불어넣는다. 1955년에 개업한 ‘학문당’, 클래식 다방 ‘만초’, 빠다빵으로 유명한 ‘고려당’, 문 연 지 40년이 넘은 헌책방 ‘영록서점’도 창동의 옛 낭만을 전해준다.

마산이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의 작품을 전시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재미난 벽화를 구경하며 걸을 수 있는 가고파꼬부랑길 벽화마을, 마산 사람의 정이 느껴지는 마산수산시장도 멀지 않다.

▶광주 동명동 동리단길=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동은 숲길과 오붓한 골목, 카페거리가 공존하는 동네이다. 마을을 에워싼 푸른 숲길,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책방, 근현대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추억의 골목이 어우러진다.

동명동 카페거리에는 서울의 경리단길에 빗대 ‘동리단길’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동명동 여행은 ‘푸른길’을 따라 거닐며 가을 산책에 나설 일이다. 동명동 재생의 버팀목이 된 푸른길은 시민들이 주도해 경전선 폐철도가 산책로로 변신한 곳이다. 길목에서 만나는 일상과 연계된 건축물 광주폴리 역시 생활의 쉼표가 된다.

동구 일대는 예술과 문화라는 자양분으로 거리를 지켜낸 흔적이 도드라진다. 옛 도청 자리에 세워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의 인사동’으로 불리는 궁동 예술의 거리 등이 발길을 부추긴다. 1913송정역시장도 새 명소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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