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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형 도시재생] “시민들에게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해보세요”
- 큐레이터에게 듣는 ‘재생된 미래: 서울 도시재생’展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건축전시회는 아직 우리에게 낯설다. 올 초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20세기 건축거장 르 코르뷔지에전(展)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30ㆍ40세대의 ‘내 집 짓기’ 열풍 등 새삼 넓어진 건축 문화의 저변을 확인하는 기회였지만, 무엇보다 건축가이자 화가, 도시계획가로서 보인 그의 방대한 수의 작품 등 전시회 자체의 풍성함과 완성도가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11월5일)가 한창인 서울에선 ‘도시전(DDP) ‘주제전’(돈의문마을)의 건축전시회가 열리고 있지만 일각에선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고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시장 내부 모습. [사진제공=서울시]

50년만에 도시재생으로 거듭난 세운상가에선 지난 19일부터 또 하나의 건축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도시재생 전시회 ‘재생된 미래’ 전이다. 건축전도 어려운데 도시재생전이라니 기대반, 의구심은 그 이상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전시는 서울 도시재생의 백과사전격이다. 일반인과 전문가 관객층 사이에서 절묘한 타협을 봐, 누구라도 쉽게 도시 재생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깊이있게 구성했다.

전시를 총괄 기획한 염상훈(39) 연세대 건축공학과 조교수는 “서울에서 진행하는 도시재생 사업들에 대해 시민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전시 취지를 밝혔다.

전시장에는 131개의 서울 도시재생 프로젝트들의 위치를 안내하는 커다란 지도가 벽면에 자리한다. 성수동 수제화거리, 서울로7017, 창신숭인, 세운상가 등 5가지 영상이 상영된다. 염 교수는 “눈에 보지이 않은 결과물을 어떻게 보여줄 까 고민했다”고 했다. 고민의 산물은 인터랙티브 전시판이다. 재생지역을 만화처럼 표현한 서울 지도에 손을 대면 그 지역적 특색이 표출된다.

전시는 ▷입체적 연결 ▷기억공동체 ▷역사 ▷과정 ▷건축복지(주거복지) 등 5가지 소주제로 구분된다. 

중구 만리동 손기정체육관 일대 도시재생사업인 ‘손기정ㆍ남승룡 프로젝트’의 가안 모형. [사진제공=서울시]
서울로와 도시의 연결점들만 따로 만든 모형. [사진제공=서울시]
서울 도시재생 지역을 표출한 인터렉티브 전시. [사진제공=서울시]

‘입체적 연결’은 평지가 아닌 지상, 지하, 고가, 산지 등 층층이 변화무쌍한 서울의 모습을 그렸다. 염 교수는 “선진국 가운데 서울 만큼 지하공간이 잘 발달된 도시를 찾기 어렵다”며 “서울의 입체도시의 면모를 살필수 있다”고 소개했다.

‘기억공동체’는 기록물 전시다. 도시재생 지역의 과거의 모습을 책과 사진, 주민 인터뷰 등을 보며 되새길 수 있다.

‘역사’는 재생지별 역사를 테마로 역사 보존이냐, 재해석이냐는 화두를 제시한다. ‘과정’은 재생이 진행되기까지의 주민 의견, 공모 등 절차를 보여준다. ‘건축복지’는 동네를 만들기 위한 앵커시설, 커뮤니티 사업 등을 창신동, 행촌동, 상도4동 등 사례를 통해 안내한다.

서울역 고가공원 서울로7017도 전시회의 한 켠을 차지한다. 서울로가 도시와 만나는 연결점들만 따로 떼낸 축소모형을 전시하고, 이 연결점들이 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소개한다. 단순히 걷고 즐기기만한 서울로의 도시계획적 역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염상훈 큐레이터(연세대 건축공학과 조교수). [사진제공=서울시]

전시장에선 음악도 들을 수 있다. 노들섬 재생 기획 과정에서 만들어진 ‘밴드오브노들’의 노래다.

전시장 내 기둥 4개에 붙은 네가지 문장이 관람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역사: 보존 혹은 재해석’ ‘유목 도시에서의 정주’ ‘입체도시 서울’ ‘서울 시민을 위한? 동네 주민을 위한?’ 등이다. 재생이 보존이냐 재해석이냐, 전세난민으로 떠돌것이냐 정착할 것이냐, 주민의 이익이 먼저냐 시민의 공공성이 먼저냐 등 쉽게 답변이 떠오르지 않는 질문들이다.

염교수는 “재생은 당장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10~20년 지나 결과를 보는 것”이라며 “시민들이 과정에 참여해야하고, 도시와 재생에 이해를 하며 같이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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