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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인도적 지원’ 찬반 양론 “의약품등 현물 못빼돌려” vs “지금은 최악의 타이밍”

“유니세프 등 철저한 모니터링
유엔 결의안 예외적으로 허용”

“대북제재 집중력 약화시켜
대외적 메시지에 혼란 초래”

통일부가 추진하는 800만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전문가들 대체로 취지에는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력도발을 감행한 주체가 북한 김정은 정권이라는 점에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정책은 분리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었다.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하는 의약품 등 현물의 전용(빼돌리기)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작용했다.

반면, 북한이 연이은 도발을 감행하는 시기에 대북 제재의 집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21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핵 도발로 인해 군사적 위기가 고조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과거 북한에 지원한 식량 등이 정작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북한 군부가 빼돌려 논란이 된 부분은 엄격해진 국제기구의 모니터링 시스템 차원에서 방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우리의 적은 북한 정권이지 북한 주민이 아니다”라며 “북한 내 영유아와 임산부는 더더욱 아니기에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니세프(UNICEFㆍ유엔아동기금) 등 국제기구들이 지원 후 철저한 모니터링을 하기 때문에 전용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인도적 지원은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도 예외적으로 허용된 방안으로 규정돼 있다”며 “냉전 시대에 대외 강경파였던 레이건 미국 대통령조차 ‘어린이는 정치를 모른다’라며 인도적 지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 “유니세프는 의약품과 식량 등 현물을 제공하면서 날짜와 장소, 대상자 등을 꼼꼼하게 기록한다”며 “심지어 영유아에게 식량 지급 후 3개월, 6개월 후의 영양상태를 체크할 정도로 모니터링이 강화돼 북한 군부가 빼돌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대북 지원을 통해 북한의 대남 의존도를 높여 남한의 영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상수 국방대 교수는 “군사 위기 속에서도 물품지원은 남북 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연결수단”이라며 “우리가 중국이 북한에 주는 석유 이상의 물품을 북한에 지원해줘야 대남 의존도를 키워 위기 때 외교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난 3일 6차 핵실험, 15일 탄도미사일 추가 발사 등 연이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제재 국면에서 대북 지원이 자칫 엇박자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국민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대북 지원에 대해 악화된 국내 여론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해졌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번 지원에 대해 “대북 제재에 대한 집중력을 약화시키고 대외적 메시지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악의 타이밍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내세운 ‘인도적 지원과 정치 상황은 무관하다’는 원칙에 대해 “종합적 대외 메시지 관리 차원에서 미숙하고 어설프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도 “대북 지원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지원 결정 후 시기만 뒤로 미루는 게 모양이 좋지 않다”며 “그럴 바엔 시기도 나중에 결정해서 바로 지원을 하는게 낫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어 “북한 입장에서도 당장 구호품을 주지도 않으면서 미리 결정하나 싶을 것”이라며 “양쪽 모두 타이밍상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대북 지원 정책에 대해 “인도적 지원 자체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착한 행동을 하면 보상 받고 나쁜 행동에는 보상이 없다’는 원칙과 맞지 않다”며 “북한의 행동에 상관 없이 물자 지원을 하는 방침에 찬성하지 않은 국민들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주ㆍ유은수 기자/saga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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