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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느리를 엄마라고…”치매라는 이름의 어머니
‘치매 국가책임제’ 정책발표후 관심
발병하면 치료 어려워…예방이 중요
일기쓰기·신문읽기등 두뇌운동 효과
경도 인지장애 10~15%가 치매 진행
음주·흡연 40~50대 ‘젊은치매’도 급증


치매를 앓고 있는 최모(81ㆍ여) 씨는 며느리를 “엄마”라고 부르며 하루 종일 따라다닌다. 대변도 못 가려 밤에는 냉장고 문을 열고 볼 일을 본 적도 있다. 또 잠을 자지 않고 각 방의 문을 열고 돌아다니기도 한다. 처음부터 최 씨의 상태가 이렇게 나빴던 것은 아니다. 처음 발병을 알았던 9년 전에는 단순히 기억력이 나빠진 정도였다. 그래도 날짜나 자식들을 비롯한 가족, 친한 이웃의 이름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4년 전 상태가 나빠졌다. 갑자기 잠에서 깬 뒤 며느리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묻고 집안에 도둑이 들었다고 의심하면서부터였다. 이후 그는 같이 사는 아들과 며느리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보건복지부가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말부터 전국 각 지역에 치매안심센터(252곳), 치매안심요양병원, 요양 시설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치료비의 최대 90%를 국가가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치매 환자는 계속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노인 중 10.2%(72만5000명)가 치매 환자다. 환자 수는 2024년 100만명을 넘어 2050년에는 271만명(유병률 15.1%)에 이를 전망이다. 치매는 한 번 진행되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없다. 다만, 빠르게 발견해 치료하면 증상의 악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때문에 치매는 예방이 최선이다. 평소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좋다. 또 매일 일기를 쓰고 뉴스를 보는 등 꾸준히 머리를 쓰라고 전문의들은 권한다. 

치매는 한 번 발병되면 호전되지 않으므로, 예방이 최선이다. 박능후(왼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치매지원센터를 방문, 치매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있다. [제공=보건복지부]

“경도 인지 장애 앓는 고령자 중 10~15%, 치매 진행”=치매는 단순한 기억력 감퇴만을 말하지 않는다. 이현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에 걸리면 식사, 용변, 거동, 옷 입기 등을 스스로 하지 못해 일상생활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망상, 환각, 배회, 불안, 초조, 흥분, 불면 등을 겪는 등 정신 활동에도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육체적ㆍ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선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평소 마음을 편하게 먹도록 노력하고, 취미 생활과 독서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 매일 일기를 쓰고 신문을 읽는 등 두뇌 활동을 활발히 하면 도움이 된다.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고령자의 경우 체력이 저하돼 있기 때문에 적절한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부모가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인지 장애가 생긴 것 같다면 정밀 검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치매는 개인의 문제를 떠나 한 가정 구성원 모두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치매는 전 단계인 경도 인지 장애가 생겼을 때부터 의심해 볼 수 있다. 경도 인지 장애 시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치료한다면 증상의 악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경도 인지 장애는 건망증과 다르다.

건망증은 약속 시간, 날짜 등을 까먹는 것을 말한다. 건망증은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다. 우울증, 불안 신경증, 불면증, 폐경 후 증후군 등의 질환을 가진 중년 이후 주부나 기억할 일이 많은 중년 남성에게 자주 나타난다. 한꺼번에 많은 것을 기억해야 하는데 기억 용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때 발생한다. 반면 경도 인지 장애는 약속 여부 자체를 망각하거나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자체를 기억 못하는 것을 말한다. 몇 번이고 같은 이야기를 해 줘야 한다. 환자는 기억력이 나빠진 것을 부인하거나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 교수는 “경도 인지 장애는 치매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경도 인지 장애를 앓고 있는 고령자 중 매년 10~15%에게 치매가 발병된다”며 “경도 인지 장애를 겪고 있다면 치매로 진행되지 않도록 미리 치료받아야 한다”고 했다.

65세 미만 환자도 최근 5년 새 20.5% 증가=치매의 경우 임상 진단 기준에 따라 진료실에서 즉시에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검사는 없다. 전문의가 신경 심리 검사ㆍ진단검사의학적 검사ㆍ뇌영상술 검사 결과를 참조해 최종 진단을 내리게 된다.

때문에 치매는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단순 기억력 장애나 건망증과 혼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최근 들어 40~50대 또는 그보다 젊은 층에서도 치매가 종종 발병하고 있다”면서도 “이들 연령층에서는 치매가 단순 기억력 장애, 건망증 등과 헷갈릴 수 있기 때문에 진단을 위한 숙련된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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