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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건강포럼-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 (전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 ]의료쿠폰의 검은 유혹
“18만 1813개”

우리나라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는 SNS에서 ‘#성형’ 과 관련된 게시물 숫자다.

미용 시술 관련 게시물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그만큼 광고하는 이도, 보는 이도 많다는 의미다. 지금 우리 시대는 할인쿠폰, 공동구매뿐 아니라 SNS를 사용하는 이용자가 확산되면서, SNS를 활용한 끼워팔기, 조작후기 등 다양한 광고 방식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위법과 편법 의료광고가 방식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고 그것도 연일 발전하며 진화한다는 점이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서 미용 시술 쿠폰을 판매한 사례만 해도 그렇다. 쿠폰을 판매하는 사업자는 의사가 아니다.비 의료인이 환자와 상담을 하고, 과장 광고를 하며 구매자 수와 이용 후기 등을 조작해 쿠폰을 팔고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다.

이젠 소셜커머스, 미용시술앱 할 것 없이 의료시술 관련 할인쿠폰이 마치 유형의 상품처럼 판매되고 공동구매로까지 버젓이 거래되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다양한 홍보로 올바른 시술방법이나 시술 제품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의료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일부 사업자들의 지나친 욕망이 의료행위의 본질마져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의료광고의 빗장이 풀린 것은 2005년이었을 것이다. 의료인의 기능과 진료방법에 대한 광고금지조항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50년 넘게 유지해 온 ‘원칙적 금지, 제한적 허용’ 이라는 틀의 빗장이 열렸다. 이 때부터 허위나 과장된 불법 의료광고가 봇물처럼 쏟아졌고, 2007년 도입된 의료광고 사전 심의제마져일부 위헌 판결이 나면서 의료광고는 마치 속도표시판이 없는 도로를 마구 달리는 과속 차량을 방불케 했다.

일찌기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각종 미용ㆍ성형 산업에서 유혹을 위한 광고의 힘은 강력하다”고 그위험성을 설파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우후죽순 생겨나는 많은 수의 병원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할인쿠폰의 유혹을 거부하기 어렵고, 예뻐지고 싶은 여성과 어린 청소년들도 파격적인 가격과 할인율의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않다.

쿠폰 판매업자들은 서로 윈윈하는 광고의 한 방식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병원이 큰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문제발생 시 환자유인행위를 사주한 혐의를 받게 되고, 여기서 의료 소비자 즉 환자는 진료 절차도 없이 구매한 할인쿠폰으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는 진료를 멋모르고 받게 된다.

의료광고는 일반 상행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지금도 과장의료광고는 표현의 자유와 국민건강 보호라는 서로 다른 가치의 충돌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의료행위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직결된다. 그런만큼 정책적으로 보다 명확한 광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국민에게 올바른 의료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물론 의료 시술에대한 올바른 광고는 필요하다. 하지만 전제되어야 할 것은 의사들의 올바른 인식이다. 적어도 의료인이라면 광고에 앞서 반드시 관련규정을 스스로 숙지하고, 더불어 의사로써의 존엄성과 책임감을다시한번 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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