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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은 자살예방의 날 ②] 소방관, 최근 5년간 47명 자살…정신과 상담도 10배↑
-스트레스 심한 소방관…일반인보다 22년가량 ‘단명’
-우울증 유병률 소방관 10.8%…일반인의 4.5배나 돼
-최근 4년간 정신과 치료 상담도 10배나 증가나 급증
-정부 지원은 미미…소방서 중 14%에만 ‘심리상담실’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달려가는 소방차의 대열을 향해 나는 늘 내 마음의 기도를 전했다. 살려서 돌아오라, 그리고 살아서 돌아오라.’ 소설가 김훈(69) 씨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에 나오는 글귀다. 평소 “남의 재난에 뛰어드는 소방관은 거룩한 직업”이라고 이야기했던 김 씨는 2011년 평택 가구 매장 화재 사고 진압 작업 중 숨진 소방관 2명의 빈소에 몰래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방관은 재난 상황에 직면하면서 1인당 평균 연간 7~8회 외상 사건에 노출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같은 정신 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방관 중 39%는 스스로 심리적 장애가 있다는 통계도 있다. 여기서 비롯된 스트레스는 소방관의 평균수명을 줄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이 81.4세인 반면 소방관의 평균수명은 58.9세다. 일반직 공무원(65.3세)보다 6년 정도 못 사는 셈이다. 

재난 대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인 소방관. 최근 5년여 간 무려 소방관 47명이 자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일 오후 광주 동구 전남대 의대 건물 지하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제공=광주 동부소방서]

더욱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방관의 평균수명은 높은 자살률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여 동안 소방관 4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혹한 사고 현장을 겪기 때문에 정신 질환 위험이 매우 크지만, 정부의 지원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홍철호(바른정당) 의원이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이틀 앞둔 8일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7개월간 자살한 소방관은 ▷2012년 6명 ▷2013년 7명 ▷2014년 7명 ▷2015년 12명 ▷2016년 6명 ▷2017년(7월 말 기준) 9명 등 총 47명이나 됐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고 ▷서울(7명) ▷경북(6명) ▷부산(5명) ▷충북(4명) ▷강원ㆍ전북ㆍ전남(각 3명)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소방관이 받은 정신과 진료 상담 건수도 1만7557건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 484건 ▷2013년 913건 ▷2014년 3288건 ▷2015년 3887건 ▷2016년 5087건으로 최근 4년 새 무려 10.5배 늘었다.

반면 이처럼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소방관들에 대한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전문의나 심리 상담사가 직접 소방서를 찾아 개인 상담 등을 하는 ‘찾아가는 심리상담실’ 사업은 지난해 기준 전체 소방서 213곳 중 14%인 30곳에서만 실시됐다. 소방청의 소방관 심리 평가 결과 소방관은 연평균 7.8회 참혹한 현장에 노출됐다. 심리 질환 유병률이 일반인의 5∼10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의원은 “소방관은 직무 특성상 PTSD, 우울증 등 심리적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며 “심리 상담과 치료 지원 비용을 대폭 늘리는 ‘찾아가는 심리상담실’을 확대하고, 충분한 휴식 시간을 제공하는 등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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