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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사생활(김정욱 지음, 글항아리)=신경외과는 병원의 26개과 중 가장 고되고 힘든 과로 통한다.하루에 수술만 세 번. 영국 방송 BBC에서는 극한의 직업 10군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애초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고 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해 정신과 의사를 목표했던 저자는 어찌된 일인지 그렇게 험한 신경외과 의사가 됐다. 이 책은 저자가 그림으로 병원 속 사람들을 기록한 독특한 에세이집이다. 어느 날 한 아이가 의사에게 묻는다. “우리 엄마 왜 이렇게 부었죠?”. 순간 의사는 ‘아, 이 환자 원래 이 얼굴이 아니었겠구나!’ 생각한다. 뇌사상태에 빠진 아이의 운동화, 사람을 살리는 수술 도구들 등 저자는 잠깐의 짬이 날 때 자신이 만난 삶의 다양한 표정들을 기록했다. 모자라는 자신의 의술에 대한 부끄러움, 숙련되지 못한 태도, 사람의 목숨 앞에서 무뎌지고 굳어진 감정 등 일상에서 겪게 되는 것들을 소박한 그림으로 담아냈다. 일주일에 두 번 밖에 집에 못간다는 1000일의 레지던트 생활동안 그가 그린 그림은 모두 70컷. 병원의 일상의 풍경이자 반추의 거울, 아픈 청춘의 기록이다.

모든 이가 스승이고, 모든 곳이 학교다(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기획, 창비교육)=신영복, 김신일, 김우창, 최재천, 조한혜정 등 우리시대 멘토 11인이 들려주는 생생한 평생 공부 이야기. 우리는 흔히 공부는 대학졸업과 함께 끝나는 것으로 여기지만 우리시대 멘토들은 평생을 두고 나를 짓는 일이라고 말한다. 공부란 무엇인가부터 우리는 언제, 무엇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까지 깊이있는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신영복 교수는 지배 담론, 기득권에 대항하기 위한 방법으로 학습을 통해 ‘더불어 숲’을 이루어 나가야 함을 역설하고, 김신일 교수는 평생 공부해야 하는 까닭과 기득권의 교육주의를 타파하고 학습주의 시대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한다. 김우창 교수는 우리 사회에 인문학 열풍이 부는 이유를 진단하고 정치와 정책을 혼동하는 우리 정치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최재천 교수는 자연의 논리를 인간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의 어리석음을, 조한혜정 교수는 세대통합의 중요성을 살핀다. 왜 지금 공부인지 이들을 통해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문명과 전쟁(아자 가트 지음, 오숙은 이재만 옮김, 교유서가)=“사회 안에서 폭력적 죽음의 비율이 낮아진 것은 대개 폭력이 승리했기 때문이지 어떤 평화로운 합의 때문이 아니었다.”
이스라엘 출신의 군사전략 대가인 아자 가트의 이 말은 매우 직접적이다. 인류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라는 말은 그냥 수사가 아니다. 인류는 호모 속이 진화한 200만년 중 99.5퍼센트에 해당하는 199만년 동안 수렵채집 생활을 했으며, 그 DNA를 지니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수렵채집인은 평화롭게 공존하지 않았다. 집단간 싸움이 만연했고 습격과 역습, 싸우다 죽는 게 일상이었다. 외부 집단을 경계하고 의심하는 우리의 습성은 바로 수렵채집 생활의 잠재적 분쟁상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력은 1만년 전 농업사회로 접어들면서 문명 시대의 권력의 핵심이 된다. 견고한 무력은 외부의 공격과 내부의 권력, 찬탄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저자는 권력 증대와 무력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입증해 보여준다. 책은 여러 학문을 결합한 다학제적 관점에서 우리 종의 기원부터 오늘날의 비재래식 테러 위협까지 다양한 논제들을 담아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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