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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이사]어려운 농축산업 현실, 청탁금지법 개정 희망하며
경기도 용인에 있는 D농장의 농장주는 IMF금융위기시절 건축자재상을 하며 적자가 컸다고 한다. 이를 해결해 준 것이 몇 년전부터 기르던 한우였다. 소 값이 오르면서, 부도가 날 뻔한 상황을 모면하게 해준 것이다. ‘소 팔아 대학 보냈다’는 이야기가 50대 이상에게는 흔한 이야기이듯, 한우는 농가의 중요한 자산이었고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한우 가격은 예전만 못하다. 작년 9월 시행된 청탁금지법 이후 농가수취가격은 10% 이상 하락했다. 송아지를 공급하는 30마리 미만을 키우는 소규모 번식농가는 1마리에 12만원 가량의 적자를 보고 있다. 2016년에는 8만9000호로 10년 전에 비해 절반이상 감소하였고, 현재도 후계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개방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크게 증가했지만 농가소득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2016년도 농가소득은 3720만원으로 10년간 15%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소득은 32% 증가했다. 농축산물 수입 상위 5개 품목 중 3개가 축산물이다. 축산물 수입 증가로 인해 쇠고기 자급률은 하락 추세로, 2013년 50.3%였던 쇠고기 자급률은, 3년 만에 38%대로 급락하였다.

중국, 인도 등 인구가 많은 국가의 경제성장으로 세계 식량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에 988억달러어치의 농축산물을 수입했는데, 이는 5년간 75%나 증가한 수치다. 식량자급률을 확보하지 못하면 먹거리 가격 인상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우농가가 사라지면 호주산과 미국산의 가격은 지금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청탁금지법 이후 한우산업의 피해는 심각하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이었던 올해 설 명절기간 쇠고기 판매액은 623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24.4%나 급감하였다. 농협 541개 매장을 조사한 결과, 한우 선물세트 실적도 18.1%나 감소하였다.

더 이상 피해를 막고 국가 식량안보를 위해서라도 국내 축산업을 보호해야 한다. 물론, 농가에서도 고품질의 위생적이고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을 계속해야 한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진 만큼 축산업도 이에 부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만, 축산업에 대한 보호 장치도 필요하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45조에서는 2018년 12월 31일까지 음식물ㆍ경조사비ㆍ선물 등의 가액 범위에 대해 그 타당성을 검토하여 개선 등의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축산업계는 이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올해 한국갤럽이 실시한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61.6%, 농민의 71.2%가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지금이 법 개정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식량안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 축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청탁금지법의 조속한 개정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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