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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일본 프리미엄 프라이데이의 실패
얼마전 일본 한 매체에 실린 4컷 만화가 독자들의 공감을 샀다. 한 선술집 사장이 종업원들을 독려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은 직장인들이 일찍 퇴근하니까 평소보다 2시간 일찍 가게 문을 열자. 손님이 많이 오니 매출도 오를 거야.” 종업원들은 “그럼 우리 월급도 오르는 건가”라며 기대에 부푼다. 하지만 금요일 오후, 식당 안은 휑하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조기 퇴근 후 얇은 지갑을 여는 대신 귀가를 택했다.

일본 정부와 재계가 근로방식 개혁과 소비 진작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호기롭게 시작했던 ‘프리미엄 프라이데이’가 시행 반 년만에 ‘실패작’으로 낙인찍혔다. 작년 말 일본 경제산업성과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는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에 직장인을 오후 3시 퇴근시켜 소비를 유도하는 제도인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시행하기로 결정했고, 2월 24일 첫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달 28일로 6회째를 맞았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같은 국민적 행사를 만들겠다”며 요란하게 출발했던 기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지막 금요일마다 각종 프로모션과 세일 이벤트를 마련해놓고 손님 맞을 준비에 들떴던 여행과 쇼핑, 외식업계는 이제 의미없는 행사들을 하나둘 거둬들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대실패”라는 수식어를 쏟아내며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여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 경제학자는 “예쁜 음식사진들로 채워진 개인 SNS처럼, 겉보기에만 번드레한 실속없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미즈호 종합연구소가 정부 통계를 바탕으로 2~5월의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당일의 실질 소비 지출을 산출한 결과, 전년 같은 달의 마지막 금요일과 비교해 2월은 26.6%가 증가했지만 3월은 13.9% 감소, 4월 5.0% 증가, 5월 12.2% 증가에 그쳤다. 아사히신문 설문 조사에선 “소비진작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76%로, “효과있다”(11%)와 큰 차이를 보였다. 참여도도 줄어들고 있다. 추진협의회가 매달 20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3시 이전에 퇴근했다’고 답한 응답이 2월 153명(7.6%), 3월 99명(4.9%), 4월 86명(4.3%)으로 계속 감소한 걸로 나타났다.

실패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중소·영세 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을 첫손에 꼽았다. 도쿄 리크루트웍스연구소의 토다 애널리스트는 “생산성이 높은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조기퇴근의 근무공백을 휴일 출근이나 다른 날 야근 등으로 대체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일의 절대량은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에겐 조기퇴근이 ‘그림의 떡’이라는 얘기다. SNS에도 “귀족들만의 행사”라는 비아냥이 넘친다. 서민들은 이 제도를 통해 모처럼의 여유를 느끼기는 커녕 계층 간 격차와 박탈감만 실감해야 했다. 결국 아베 정권이 야심차게 내놓은 정책은, 시장의 구조와 현실을 간과한 채 보여주기에만 급급한 졸속 행정이란 꼬리표를 달게 됐다. “현장을 외면한 잔기술 정책.”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향한 일본 한 이코노미스트의 일갈은, 비단 일본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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