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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최부자稅
조선 현종 때 최국선은 ‘기부왕’이었다. 보릿고개를 맞으면 100석의 쌀을 이웃에 나눠줬다.

담보문서 화형식이란 것도 했다. 흉년 탓에 쌀을 빌려간 농민들이 갚을 길이 없자, 아들 최의기가 보는 앞에서 담보문서를 불살랐다. 부자가 세상에 대처하는 법을 자녀에게 각인시켰다. 


최국선은 ‘금수저’였다. 할아버지가 최진립이다. 조선 최대 거부인 ‘경주 최부잣집’의 시조(始祖)다. 최진립은 임진왜란 등에 참전한 공으로 나라에서 땅을 여럿 받았다.

최부잣집의 2대 최동량은 이를 토대로 부를 쌓았다. 최동량은 서민의 고혈을 짜내 돈을 벌지 않았다. 소작료를 수확한 양의 반만 받았다. 중간에서 소작료를 빼돌리는 마름도 두지 않았다. 요즘말로 프렌차이즈 갑질 따윈 없었다.

인향만리(人香萬里). 후덕한 인심 덕에 최부잣집엔 사람이 모였다. 인심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약 300년간 12대에 걸쳐 부를 유지했다.

이 집안의 육훈(六訓)은 어느 하나 뺄 게 없다. 그 중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대목에선 고수의 품격이 느껴진다. 부의 항상성(恒常性)을 얻는 방법을 그들은 꿰뚫고 있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부자세(稅)’를 자신의 SNS에 거론했다. 논란거리인 초고소득자ㆍ초대기업 증세 관련 이름붙이기에 한 몫 거든 셈이다. 최고부자의 줄임말이다.

한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부자의 표상인 경주 최부자를 떠올릴 수도 있는 브랜드라는 설명이다. 브랜드 네이밍 최고수답게 무릎을 탁치게 하는 작명이다.

관건은 받아들이는 쪽이 준비가 됐냐다. ‘내 지갑에 있는 돈 빼서 왜 남의 지갑에 넣어 주느냐’라는 인식이 팽배한 슈퍼리치라면 어떤 조어를 갖다대도 부글부글 끓을 거다. 10대는커녕 3대도 넘기기 힘든 행태로 부자 타이틀을 쥐고 있는 이들에겐 부의 항상성을 위한 전략적 마인드도 이젠 필요하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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