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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정치의 계절에 설 곳없는 경제부총리
하루가 멀다하고 무수한 대형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정치만 보일뿐 경제는 보이지 않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실종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문회 당시의 소신과 기개는 두달만에 온데간데 없다. 대통령과 청와대 실세들이 공언한 경제부총리 힘 실어주기 발언들은 잊혀진지 오래다. 그러지 않고서야 경제부총리를 이렇게 코너로 몰아 갈 수는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증세론이다. 경제부총리는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동시에 세금 정책의 주무 장관이다. 김 부총리는 줄곳 “세율 인상은 없다”고 공언해왔다. 지난 12일에도 “소득세 명목 세율 인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을 정도다. 그런데 주무장관의 의견은 없어지고 정치인과 정치인 장관에 의해 증세론이 주도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행자부장관이 표적 증세, 명예 증세 운운하며 주거니받거니 증세를 당연한 결과로 만들었다.

20일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증세로 분위기가 급변하더니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 방안을 마련하라”고 기획재정부에 지시하며 가닥이 잡혔다. 그 과정에서 김 부총리가 적극 주장하던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조정안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경제에 경제인은 없고 정치인만 가득하다.

김 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관료 출신인 김광림 의원(자유한국당)이 “막강한 정치 실세들이 다른 의견을 밀어붙이려 하더라도 쉽게 의견을 굽혀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자 “중심을 잡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의지의 표현이니 이제 와서 문제삼을 것도 없다.

하지만 “혹시 이견이 있더라도 경제정책의 방향이나 시장에 주는 메시지는 부총리가 담당할 것”이라고 한 말까지 지키지 못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물론 혼자서 되는 일은 아니다. 그래도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했고 허락까지 받았던 일이다. 지난달에는 김 부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3인이 경제 정책 간담회를 하고 “경제 정책 메시지 창구를 김 부총리로 일원화 한다”고 공식 발표까지 했다.

그런데도 모든 것은 정치인의 입을 통해 전달되고 부총리의 메시지는 보충하는 수준이 현실이다. 지금 경제는 예상밖으로 호조세다. 이럴 때 경제에도 정치의 바람이 분다. 경제 관료들은 설 곳을 잃는다. IMF 당시 2년 넘게 금융위원장으로 펄펄 날았던 이헌재씨는 재경부 장관에 앉아 7개월도 버티지 못했다. 경제가 한숨 돌리자 정치의 계절이 왔기 때문이다. 그가 자서전에서 스스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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