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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형 선고받은 김기춘, 집행유예로 풀려난 조윤선
-범행 가담한 김상률ㆍ정관주ㆍ신동철ㆍ김종덕 실형 선고
-재판부, “헌법에서 보장한 문화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 침해한 범행“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이른바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대형 게이트에 연루될 때마다 처벌을 피해 ‘법꾸라지’로 불리던 그도 이번에는 실형을 면치 못했다. 공범으로 구속기소된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실장에게 27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김 전 실장은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ㆍ예술인 명단(블랙리스트)을 만들어 정부 지원을 끊도록 한 혐의(직권남용)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실장이 비서실장의 권한을 남용해 특정 예술인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국 문화예술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 출판진흥원 임직원들을 압박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이 위원회 관계자들을 협박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아 강요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김 전 실장이 지난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든 적 없다’고 답변한 내용도 거짓증언이라 보고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활용하는데 소극적으로 대응한 문체부 1급 공무원 세 명의 사표를 받아낸 혐의는 “1급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상 신분보장 대상이 아니다”며 무죄로 결론지었다.

김 전 실장 측은 블랙리스트는 ‘정부 정책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문화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않을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중대 범행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 측 주장대로 명단을 만들고 지원을 끊은 게 정책 차원이었다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진됐어야 하지만 실제 은밀하고 위법하게 지원 배제가 이뤄진 점을 짚었다. 또 지원 배제의 잣대가 된 ‘좌파’ ‘야당지지’ ‘세월호 시국선언 참여’ 여부가 정당한 배제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정치권력의 기호에 따라 지원에서 배제할 개인과 단체를 청와대와 문체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내려보냄으로써 예술위 등의 존재 이유를 유명무실하게 했고 공정성에 관한 문화예술계와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했다.

김 전 실장과 함께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은 이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조 전 장관이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고받았다’며 거짓증언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위반)만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활용한 혐의에 대해서는 “조 전 장관이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 지시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진행상황을 보고한 ‘실행책’들에게도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 지시로 정무수석실과 교육문화수석실, 문체부가 긴밀히 협조하며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뒤 지원배제에 활용했다고 파악했다. 김상률(57) 전 교육문화수석과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55)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게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이 내려졌다.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은 징역 2년, 김소영(50) 청와대 문체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에 처해졌다.

특검팀은 지난 3일 열린 결심(結審)공판에서 범행에 연루된 피고인 모두에게 실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에 대해서는 “편을 갈라 국가를 분열시켜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놓으려 했다”며 징역 7년을 구형(求刑)했다. 조 전 장관과 김 전 수석에게는 징역 6년을, 김 전 장관과 정 전 차관, 신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5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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