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교수 연극 혹평한 시간강사 잘라라”…연극학과 교수 뿌리깊은 갑질
연극계 인사 20여명 26일 성명서 게재
동료교수 움직여 시간강사 강의 박탈 의혹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던 연극 평론가가 한 대학교수가 참여한 연극에 혹평했다는 이유로, 강의를 나가던 대학에서 이미 배정받은 강의를 박탈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출가, 극작가, 연극평론가 등 연극계 인사 20여명은 26일 ‘대학로×포럼’ 페이스북을 통해 성명을 내고 “부당하게 권력을 남용한 연극학과 일부 교수창작자들은 연극학계와 연극평론계, 전체 연극계에 공개적으로 정중히 사과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대학로×포럼’ 페이스북에 게재된 연극계 인사들의 성명서 [사진=페이스북캡쳐]

성명서에 게시된 상황은 이렇다. D대학 시간강사로 일하던 연극 평론가 김 모씨는 지난 5월 열렸던 서울연극제 합평회에서 몇 몇 작품에 대한 비평을 개진했다. 그중엔 C대학 연극학과 최 모 교수의 작품도 포함됐다. 김 씨의 혹평에 불만을 가졌던 최 교수는 동료교수에게 김씨에 대한 불만을 강력히 제기했고, 동료 교수 중 한 명이 D대학에 이같은 내용을 전달, 최종적으로 김 씨는 다음학기 강의를 배정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간강사가 교수인 자신의 작품에 혹평했다고 동료 교수들을 움직여 강의를 박탈했다는 게 성명에서 밝힌 의혹의 요지다.

성명에 따르면, 김씨는 수년간 출강하던 D대학으로부터 갑자기 강의 취소를 통보받자 학과 주임교수인 신교수에게 취소의 사유를 물었고, 신 교수는 “동료교수들이 그러는데 어떻게 교수가 만든 작품을 그렇게 비평할 수 있느냐”며 비평이 다음학기 강의를 못하게 된 이유라고 주장했다.

성명에 참여한 연극계 인사들은 “작품 창작에 참여한 교수들은 작품을 둘러싼 논쟁을 공적으로 발전시키기보다는 사적인 방법으로 대응했다는 의혹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며 “작품 창작과 비평의 순환 과정은 매우 중요한 예술 생태계를 구성한다. 시간강사가 구조적으로 동료의 작품에 대한 비평을 했다는 이유로 강의가 박탈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한 연극계 인사는 “연극학과 내 갑질행위가 다른 어느 문화예술계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며 “학문적 발전을 모색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권력의 카르텔을 형성해 온갖 비리와 폭력을 저지른다. 이로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학생으로, 이런 적폐를 공론화 해야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성명서에서 평론가의 수업을 배제한 장본인으로 지목된 D대학의 신 모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관련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신교수는 "최근 열린 강의 배정회의에서 김씨는 5년동안 10학기 연속 수업을 해 한 학기만 쉬고 다음 학기에 강의를 해주면 좋겠다고 결정했다"며 이미 배정된 강의를 박탈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 대해 "합평회에서 D대학교수가 아닌데도 D대학교수로 의견을 밝힌 것이 학교의 명예와 관련이 있을 수 있고, 또 장기간 수업을 했기 때문에 강의를 배정하지 않은 것으로 외압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하며 이같은 내용을 강의배정회의 직후 김씨와 통화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교수는 "성명서는 사실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사과를 할 수 없다. 관계자들이 모여 공개토론을 열어 녹취를 공개하고, 잘잘못을 가렸으면 한다"고 했다.

/vi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