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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한미 對北공조 균열조짐, 文정부 조급함 탓 아닌가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엊그제 북한에 제의한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 동시 개최가 우선 그렇게 보인다. 당장 미국 정부의 반응이 여간 냉랭하지 않다. 숀 스파이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충족하기 위한 조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며 노골적 불만을 표시했다. 기자들 질문이 이어지자 “한국 정부에서 나온 발언이니 한국 정부에 물어보라”는 말도 했다. 불편한 심기가 역력히 느껴진다. 미국 정부가 이례적이라 할 만큼의 반응을 보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조건으로 명확한 비핵화 의지를 내걸었다. 그런데 한국이 덜컥 군사와 적십자 회담을 한꺼번에 제의했으니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남북 관계 개선에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제재와 대화의 병행은 새 정부 대북 정책의 모토이고 그 방향도 큰 틀에선 맞다. 이른바 ‘베를린 구상’에서도 이미 밝힌 바 있으며 미국과 일본, 중국 정상들로부터 암묵적 추인도 받았다. 이번 대화 제의는 이를 이행하는 첫 단추인 셈이다. 특히 이산 가족 상봉 등은 정치 군사적 상황과 별개로 인도적 차원에서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의욕만 앞선다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대북 정책은 한미간 철저한 공조가 바탕돼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한데 미국의 반응으로 미루어 이번 만큼은 다소 엇박자가 난 게 분명하다. 주도적인 역할은 하되 적어도 미국과는 충분한 조율을 거친 뒤 대화 제의를 해도 늦지 않다. 한미 관계에 금이 갈 정도는 아니라지만 대북 공조에 틈이 생긴 것으로 비춰지면 정작 남북간 대화가 성사돼도 우리 의도대로 끌고가기는 쉽지 않다. 성급하게 추진할 하등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비단 남북관계 뿐이 아니다. 새 정부들어 야심차게 추진되는 중요 정책들 대부분도 너무 서두른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최저임금 1만원’ 정책으로 중소기업과 영세상공인들의 불만은 폭발직전이다. 그것 말고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 원전, 자사고 및 외고 폐지 등은 새로운 사회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이해 당사자의 입장을 한마디라도 더 수렴하고 문제 소지를 제거해 가며 진행해야 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힘이 실리는 정권 초반에 밀어붙이겠다는 조급증은 오히려 정책을 망칠 수도 있다. 바쁠수록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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