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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은하가 앓고 있다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오해와 진실은?
-배우 심은하 투병 고백 계기…관심 높아져
-지진ㆍ교통사고 등 계기로 발병하는게 보통
-별 것 아닌데도 깜짝 놀라는 등 과민반응도
-악몽 꾸거나 잠 못 이루고 무감각해지기도
-“환자에게 외상 사건을 반복해 묻지 말아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배우 심은하(45ㆍ여) 씨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인한 약물 복용으로 서울 강남에 있는 모 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심 씨는 지난 21일 오후 자신의 입원을 둘러싼 추측이 난무하자, 취재진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PTSD 치료를 위해 약을 복용하다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지금은 괜찮고 곧 퇴원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 모르고 지냈던 PTSD를 발견하게 됐다”며 “약을 복용하며 병원을 찾게 됐다.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심 씨의 투병 사실이 알려진 지 이틀째인 22일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PTSD’는 주요 포털 사이트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검색어 순위에 올라 있다. 심 씨는 청순한 외모와 섬세한 연기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 갑자기 연예계를 은퇴하고 2005년 결혼, 10년 넘게 정치인(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의 아내로만 살아 왔다. 이런 경력의 그가 정신 질환의 일종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오랜만에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궁금증을 증폭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우 심은하 씨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앓고 있다”고 고백하면서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심 씨가 출연했던 스릴러 영화 ‘텔 미 썸딩(1999)’의 한 장면(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헤럴드경제DB]

▶‘스트레스 야기 외상 사건’의 충격이 클수록 예후 나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뒤 나타나는 불안장애다.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2014년 ‘세월호 참사’ 같은 전쟁이나 대형 사건은 물론 일상에서 종종 발생하는 교통사고, 강도, 강간, 폭행, 유괴 등도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외상 사건의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김세주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경험한 사건이 얼마나 중대하고 심각한 것인지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유발하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여겼다”며 “그라니 최근에는 개인이 주관적으로 그 사건을 얼마나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는지를 사건의 심각성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크게 세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우선 스트레스가 되는 외상 사건들이 일상생활에서 반복적으로 경험된다. 예를 들어 지진을 겪었다면 대지진의 장면이 떠오르거나, 관련된 악몽을 꾸거나, 비슷한 뉴스를 들으며 지진이 기억나게 되면서 강한 심리적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다음으로 외상과 연관된 자극을 피하려 하거나 무감각하고 멍한 모습을 보인다. 충격을 받았던 당시의 감정, 생각, 상황의 기억으로부터 도피하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항상 지나치게 긴장돼 있고 각성된 모습을 보인다. 잠을 잘 못 이루거나 중간에 자주 깨고, 신경이 예민해져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싶어 항상 주변을 살핀다. 작은 소리나 사소한 물체의 움직임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외상 사건을 경험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6개월 이후에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환자 중 약 30%는 완전히 회복되고, 40% 정도는 가벼운 증상을 계속 경험하며, 20%는 중등도의 증상을, 10%는 심한 증상을 지속적으로 경험한다”며 “대개 1년 안에 절반 정도의 환자가 회복된다”고 말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의 예후는 외상 사건의 심각도는 물론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이나 주변의 도움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경험한 외상의 충격이 클수록, 그 충격을 적절히 다룰 만한 정신적 여유가 부족할수록 경과가 좋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의의 견해다.

김 교수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청장년에 비해 어린 나이나 노년기에 외상 사건을 경험하면 예후가 좋지 않을 때가 많다”며 “떠 외상 사건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알코올이나 약물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 경우 증상은 더욱 악화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에게 외상 사건을 반복해 묻지 말아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할 때에는 주변 사람들은 환자가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위로받을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해 줘야 한다. 김 교수는 “항우울제, 항불안제 같은 약물치료가 도움이 되며 특히 선택적 항우울제를 일차적으로 사용해볼 수 있다”며 “약물치료는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약물의 항우울, 항불안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4~8주의 기간이 필요하며 수개월 이상 유지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심리치료와 함께 긴장을 줄여주기 위해 이완요법 같은 행동치료를 하기도 하고, 두려움을 자극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그 상황에 점진적으로 도전하게 하는 노출요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안구운동민감소실 및 재처리요법’이라는 새로운 치료법이 소개돼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외상 사건에 대해 환자에게 반복적으로 질문하지 않아야 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그렇게 할 경우 고통스러운 외상 사건에 대한 기억에 반복해서 노출됨으로써 증상이 더욱 악화 될 수도 있다”며 “주변에서는 이런 외상을 경험한 사람을 충분히 이해하고 위로하며 격려해서 가급적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충분히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로 환자의 입장이 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성급하게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밀어붙이지 말아야 하며, 동시에 일상에서 완전히 동떨어져서 고립되게 하지도 말아야 한다.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의 적절한 도움을 받도록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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