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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막히는 폭염에 ‘어질어질’…어르신 온열질환 주의보
일사병·열사병·광각막염…체온조절 취약
지난해 사망자 65세 이상이 42% 차지
물 자주 마시고 한낮엔 야외 활동 피해야
힘들땐 ‘무더위 쉼터’ 찾아 충분히 휴식을


지난해 8월 13일 오전 10시40분께 전남 광양시 광양읍의 한 마을회관 주변에서 이 마을에 사는 김모(당시 73세) 씨가 열사병으로 쓰러졌다. 김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당시 마을 주민들은 “김 씨가 풀베기 작업을 하다 더위 탓인지 갑자기 쓰러졌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8월 폭염 일수도 무려 16.7일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았다. 김 씨 같은 온열 질환 사망자도 속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에 발생한 온열 질환자는 2125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은 27%(578명)였다. 이들 노인 중 18%(101명)는 논밭에서 일하다 피해를 봤다. 온열 질환 사망자 중 노인 비중은 특히 높았다. 지난해 사망자는 17명 중 42%(7명)가 65세 이상이었다.

올해에는 더위의 기세가 지난해 못지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온열 질환자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6월이지만, 이미 전국 곳곳에 폭염특보가 발령되고 있다. 특히 더위에 취약한 노인은 온열 질환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노인의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한낮에는 되도록 농사일 등 야외 활동ㆍ작업을 자제하고, 힘들 때에는 ‘무더위 쉼터’를 찾아 충분히 휴식해 줄 것을 보건당국과 전문의들은 당부했다.

지난 20일 오후 전남 무안의 한 밭에서 농민들이 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요즘처럼 폭염이 심한 시기, 더위에 취약한 노인들은 한낮 밭일이나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보건당국은 당부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노인, 땀샘 기능 떨어져 체온 조절 잘 안돼” =온열 질환은 열 때문에 발생하는 응급 질환으로, 대개 무더위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발생한다. 폭염이 지속돼 체온이 증가하면서 탈수 증상이나 의식 소실 등이 나타나는 일사병ㆍ열사병이 대표적이다. 또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는 열경련, 강한 자외선에 노출돼 일시적으로 눈에 화상 증상이 나타나는 광각막염, 높은 온도와 습도로 인한 피부 질환 등도 온열 질환에 속한다. 대개 어지럼증, 피로감 등의 증상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노인이 온열 질환에 취약한 이유는 신체 노화로 체온 조절 기능이 약한 탓이다. 이홍수 이화여대 목동병원 노인의학센터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우리 몸은 체온 조절을 위해 땀샘에서 땀을 분비하도록 돼 있는데 노인은 땀샘의 기능이 떨어져 땀 배출을 통한 체온 조절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대부분 노인이 갖고 있는 만성 질환도 외부 온도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을 저해시킬 수 있고, 복용하는 약물도 체온 조절을 방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 규치적 운동으로 더위 적응력 키워야” =기상청은 올해 6월 기온은 평년(23.6도)보다 높고, 7∼8월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예보했다. 지난해 전국 평균 폭염(일 최고기온 33도 이상) 일수는 22.4일로 2014년 7.4일, 2015년 10.1일보다 많았다.

예년보다 이른 폭염에 대한 노인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경로당에 냉방비를 차질 없이 지원하고,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폭염에 취약한 것으로 파악된 독거노인 23만명의 안전을 확인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들 노인에게 생활관리사(8600여 명)가 매일 전화를 하거나 방문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온열 질환에 취약한 노인의 건강 관리를 위해 ▷라디오나 TV의 무더위 관련 기상 상황에 매일 주목합시다 ▷물을 자주 마십니다 ▷시원하게 지냅시다 ▷더운 시간대(특히 12∼17시)에는 휴식합니다 ▷응급 상황 시 비상 연락처(119ㆍ1661-2129)로 연락합니다 등 5가지 행동 요령을 담은 포스터를 경로당ㆍ주민센터ㆍ노인복지관 등에 최근 배포했다.

온열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평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이 센터장은 “커피 등 카페인 음료나 주류는 오히려 탈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물이나 스포츠 음료 등으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며 “평소 규칙적 운동으로 더위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특히 낮 12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폭염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므로, 이 시간대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지난해 온열 질환자의72.6%(1116명)가 오전 10시~오후 6시에 발생했다. 부득이 야외 활동을 할 때에는 양산이나 챙이 넓은 모자 등을 이용해 햇볕을 차단하고, 헐렁하고 밝은 색상의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또 그늘에서 일정 시간 휴식을 취하면 도움이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이 한낮 무더위에 농사일을 했다가는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정오부터 오후 7시 사이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무더위 쉼터 등을 통해 충분히 휴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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