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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마크롱, 샴페인은 아직이예요”
새 대통령의 탄생은 2주 좀 안되게 남았다. 대한민국 말고 프랑스 얘기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대선 1차투표는 아웃사이더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서른아홉의 정치신인 에마뉘엘 마크롱 ‘앙 마르슈’ 후보와 마린 르펜(48) 국민전선(FN) 후보가 1,2위로 결선에 올랐다. 하원 의석을 한 석도 갖고 있지 않은 중도신당과 단 하나의 의석만 있는 극우정당이 60년 프랑스 정치를 양분한 기성 정당들을 몰아냈다. “못살겠다, 바꿔보자.”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에 몸서리친 프랑스 국민의 심판이었다.

그 중에서도 마크롱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과 기대가 대단했다. 마크롱의 결선 진출 소식에 유로화가 5개월새 최고치로 급등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지도자들은 “남은 2주간 행운을 빈다”며 이례적인 응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결선진출에 실패한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과 집권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은 곧바로 마크롱 지지를 선언했다.

마크롱이 걸어온 길은 꽤 매력적이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프랑스 최고 명문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을 졸업했고 거대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에 스카우트됐다.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으로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실)에 입성한 뒤 2014년 만 36세의 나이로 경제부 장관을 맡았다. 신선한 이미지와 명석한 두뇌, 여기에 드라마같은 스토리까지 덧대어지면서 마크롱의 주가는 오르고 있다. 득표율을 비교적 정확히 맞힌 여론조사업체들은 5월7일 있을 결선투표서 마크롱이 6대4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모든 시그널이 마크롱의 엘리제궁 입성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하다.

하지만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루한 경기를 못참아 하는 미디어들이 하나둘 마크롱의 완승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우선 1차투표 1위라고 해도 마크롱의 득표율은 23.75%에 불과하다. 르펜과 고작 2.22%포인트 차이다. 르펜은 2002년 대선 결선투표에 오른 아버지 장 마리 르펜이 기록한 득표수보다 280만표를 더 얻었다. 1972년 창당 이래 최다표다. 마크롱이 1차투표 승리 후 레스토랑에서 유명인들에 둘러싸여 화려한 축하파티를 연 데 대해 프랑스 언론이 “극우정당이 이렇게 많은 표를 얻었는데 지금 샴페인 마실 때냐”고 질책한 이유다.

뉴욕타임스의 로저 코헨 칼럼니스트도 “프랑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이민정책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이에 대한 르펜의 대답과 약속은 너무도 분명한 반면 마크롱은 그렇지 못하다. 마크롱이 열심히 뛰고 또 뛰어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피용을 지지했던 보수층 표심이 르펜으로 쏠리고 있다. 포퓰리즘으로 궤를 같이한 극좌파 장 뤼크 멜랑숑은 아직 마크롱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단순 계산으로 르펜과 멜랑숑 지지율을 합하면 41.17%다. 당대표에서 물러나 극우 색깔을 지운 르펜은 이미 멜랑숑 지지자들을 공략 중이다. 거꾸로 되짚어 보면 마크롱 완승을 낙관할 요소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우리는 작년 영국 브렉시트 투표와 미국 대선을 통해 충격적인 반전을 경험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모른다. 마크롱의 샴페인은 아직 터뜨릴 때가 아닌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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