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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기술전문가 육성, 장기적 안목을
얼마 전 세계적인 한국의 전자회사가 만들어 칭찬에 인색하다는 미국의 언론들도 ‘올해 최고의 패블릿(Phone+Tablet)’, ‘기대를 뛰어넘는 제품’이란 찬사를 들었던 스마트폰에서 큰 문제가 발생했다. 제품을 발매하고 나서 몇일 지나지 않아 배터리 발화현상이 여러차례 발생, 세계적인 골칫거리가 된 것이다.

배터리 교체라는 임시방편은 또 다시 발생한 발화현상으로 이어져 결국 ‘올해 최고의 패블릿’은 단종에 이르게 된다. 오랜 시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신제품은 출시 54일만에 70억달러의 손실을 입히고 그 짧은 역사를 마감하게 된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해답은 기술력과 전문가의 실종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과거 산업화시대 우리나라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계열화를 적극 장려했다. 그 결과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성장의 한축을 담당했던 중소기업과 전문가에 대한 관심과 처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동안 시간과 많은 비용을 들여 기술을 개발하던 중소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유인과 동력을 잃고 말았다. 전문가들도 기존 연봉의 몇배나 되는 금액을 제시하는 경쟁국가로 빠져나가고, 열악한 처우에 불만을 품은 이들은 기술을 빼돌려 해외로 달아나는 일까지 발생했다.

R&D분야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단기성과에 매몰돼 3~5년 또는 10년 이상 걸리는 핵심과학 연구를 하기가 쉽지 않고, 당장 눈에 보이는 연구와 보고서 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수한 인재들은 이공계대학이 아닌 의대로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관행들이 쌓이면 어떤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데 심각한 장애현상이 발생한다. 이번 휴대폰 발화문제는 이런 관행이 집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새 기능을 무리하게 탑재하고 성능 점검을 충분하게 하지 못했으며, 협력기업들이 제대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체력과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과 지원을 해주지 못했다.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하기까지 그 제품의 핵심기술은 대기업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핵심기술도 있으며, 제품을 한층 더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에도 핵심기술이 있다. 그러나 ‘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개선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곳곳에서 협력사에 대한 단가인하 요청은 계속되고 있다.

나무는 전체 중 80%는 죽어 있고 내부의 20% 정도만 살아 있다. 그러나 죽은 상태인 껍질이 불필요하다고 제거하면 살 수 없다. 불필요해 보이는 80%가 20%를 감싸고 있기 때문에 나무는 생명을 유지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과학이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술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우리가 경제 강국의 위치를 지키려면 기술과 전문가가 우리 기술경쟁력 향상의 열쇠임을 명심해야 한다. 더불어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술전문가를 제대로 육성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그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의 관심과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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