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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무수한 ‘터널’ 속의 중소기업들
영화 ‘터널’은 딸의 생일날 집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터널이 무너져 고립된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일반적인 재난영화와 달리 터널이라는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을 하정우란 배우 특유의 유머와 재치로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직업병이랄까. 수출과 내수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들의 상황이 영화와 겹쳐졌다. 경기침체로 성장은 둔화되고,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으로 수출시장에서 경쟁은 더욱 살벌해졌다. 또한 조선, 해운 등 업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관련 중소기업들은 앞과 뒤가 모두 막힌 상황에 직면해 있다. 터널 속에 갇힌 주인공과 다를 바 없는 처지인 것이다.

터널은 그처럼 살벌하고도 위험한 곳이다. 교통사고도 잦다. 우리나라 터널 속 교통사고는 연평균 640건, 부상자수는 약 1500명이 발생한다. 사고가 이처럼 잦은 것은 터널 진입 시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진입했을 때 보이지 않던 사물이 시간이 지나면서 눈이 적응해 보이기 시작하는 암순응. 또 그와 반대로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갑자기 나왔을 경우 눈의 적응 후 점차 밝은 빛에 순응하는 명순응 탓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위험한 터널을 피할 방법은 없을까? 우리나라 고속도로에만 터널이 810개나 된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터널에 맞닥뜨릴 확률이 높다. 경제도 호황이 있으면 불황이 있듯 터널을 통과하지 않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다만, 터널을 어떡하면 안전하게 통과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와 노력이 더욱 필요할 뿐이다.

준비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암순응과 명순응 시간을 줄이기 위해 속도를 줄이고 전조등을 켜서 터널 안과 밖의 환경차이를 줄여 적응시간을 확보하면 된다. 중소기업도 갑작스런 경기변동을 대비해 경영상황을 재점검하고, 계획수립 주기를 짧게 구체적으로 하면 된다. 또한, 터널 속의 조도를 밝게 하고 도로가 미끄럽지 않게 해야 하는 것처럼 정부의 정책방향을 좀 더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사고가 났을 땐 신속하고 안전하게 조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얼마 전 부산 ‘곰내터널’에서 빗길에 미끄러져 넘어진 유치원 통학버스 사고 때 보여준 사례가 그런 경우다. 자칫 대형 인명사고가 날 뻔 했지만 11명의 용감하고 지혜로운 시민들이 차분하게 차량의 유리를 부수고 21명의 어린아이 전원을 무사히 구해냈다.

불황기엔 이같은 기민한 대처능력이 더욱 절실하다. 구조조정의 터널 속에서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을 구하기 위해서는 곰내터널 구조처럼 정부, 채권은행, 유관기관 등의 신속하고 차분한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터널 속의 사고는 뒤따라오는 차들에게 2차 사고의 위험을 야기한다. 마찬가지로 기업 구조조정은 2차, 3차 관계회사에 영향을 준다.

필자가 근무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 본사가 있는 진주에서 서울까지 가는데 16개의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터널에 들어갈 때는 어둡고 답답하지만, 조금만 참으면 밝은 세상이 나타난다. 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기 마련이다. 불황의 터널도 결국은 끝이 있다. 지금 현재 힘들고 어려워도 인내하고, 출구를 향해 침착하게 나아간다면 우리 중소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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