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腸 건강은 기본…당뇨잡는 유산균 나온다
식품 R&D 현장을 가다-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풍요로워졌다는 것은 전통의 식품업체들에게는 오히려 위기다. 다양해진 먹을거리들 덕에 소비자의 수요도 분산돼 버리기 때문이다. 식품 산업에서 새로운 국민브랜드가 좀체 나오기 어려워진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발효유 시장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얘기다.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높은 영양분이 농축돼 있는 발효유는 낮은 비용으로 부족한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고마운 식품이었지만, 영양 과다를 걱정해야 하는 오늘날에는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실제 발효유 시장은 정체 상태를 맞고 있다.

지난 12일 방문한 국내 발효유 시장의 선도기업, 한국야쿠르트의 중앙연구소에서는 발효유 산업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기 위해 머리를 싸맨 연구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국야쿠르트의 중앙연구소에서는 발효유 산업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기 위해 머리를 싸맨 연구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상섭 기자/bobtong@heraldcorp.com

중앙연구소가 특히 집중하고 있는 것은 유산균의 기능성에 대한 연구. 최근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이름으로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프로바이오틱스란 우리 몸에 들어가서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 있는 균을 말한다.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요구르트도 프로바이오틱스의 일종이다.

위 건강에 좋은 유산균을 담고 있는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이나, 알콜성 간 건강에 초점을 둔 ‘헛개나무 프로젝트 쿠퍼스’, 그리고 깨끗한 아기의 장에서 선별한 7가지 프로바이오틱스를 1000억마리 이상 담고 있는 ‘7even(세븐)’ 등은 한국야쿠르트 연구팀의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연구가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들이다. ‘7even’이 나오기까지 한국야쿠르트의 연구원들이 신생아의 분변을 구하기 위해 전국의 산후조리원을 누볐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다.

중앙연구소 유제품팀 이재환 팀장은 “전통의 발효유 제품들이 장에 건강한 기능을 하는 유산균들을 담고 있었다면, 2000년대 이후에는 위와 간에 좋은 유산균을 담은 제품들이 나왔다”며 “현재 피부 보습에 좋은 유산균을 연구하고 있으며 내년에 제품화돼서 출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혈당을 낮추는 등 혈행 개선에 도움을 주는 유산균이나, 비만 개선에 효과가 있는 유산균, 면역력 증강 기능을 갖춘 유산균 등도 조만간 제품화가 될 전망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몸의 실소유주는 미생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수한 미생물들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며 기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팀장은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간미생물군집프로젝트((Human Microbiome Project)’를 소개했다.

2007년 미국 국립보건원을 주축으로 2000억원을 들여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인간의 머리 끝부터발 끝 까지 몸 전반에 기생하는 미생물의 실체를 밝혀내겠다는 계획이다. 이 팀장은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완료되면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며 “아토피, 관절염 등에도 효능이 있는 제품들이 나오며 시장이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균주 개발은 분리과정, 동정과정, 기능성 확인과정을 거쳐야 하며 최신 기술인 제노믹스, 프로테오믹스, 메타볼로믹스 등의 기술이 접목되어야 하고, 분자생물학적 최신 기술도 필요해 기술장벽이 높다.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에서 외국산 균주가 판을 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는 미생물에 대한 연구에 집중한 결과 특허유산균 51개를 비롯해 자체 개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11종 200여개, 세계적으로 제품에 사용되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13종 54개 등 57종 2000여개 이상의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내 업체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한국야쿠르트는 이미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해서는 100% 국산화함으로써 연간 100억원 이상의 외화를 절약하는 성과를 거뒀고, 국산 프로바이오틱스 기술에 진일보를 가져왔다. 올해 7월에는 이를 제품화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에 다목적 프로바이오틱스 플랜트를 완공하기도 했다.

이 팀장은 “균주를 얼마만큼 보유하고 있느냐가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제품화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라며 “건강에 좋은 기능을 하는 유산균이 속속 발견되고 있는 만큼 관련 제품의 출시도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