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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롱에 묵혀둔 양주 삽니다”…주택가 등장 ‘중고 양주’ 트럭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장롱에 묵혀둔 양주 삽니다.”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못 드셔서 처분하고 싶은 양주 삽니다”라는 현수막을 단 트럭 한 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트럭에는 꼬냑, 위스키, 브랜디 등 고급양주부터 보드카, 럼, 데킬라 등 화이트 양주, 저급 양주까지 모두 매입한다고 써 있었다.

이 트럭의 정체는 주택가를 돌며 마시지 않고 집에 묵혀둔 장롱 양주를 매입하는 일명, ‘중고양주 매입트럭’이다. 금시세 하락으로 금 매매 인기가 떨어지고 주세 인상 전망이 나오면서 최근 등장한 신풍속이다.

양주매입상은 “금값이 높을 때는 금 이빨까지 다 받았는데 이젠 가격이 떨어져 팔려는 사람도 없고 마진도 적다”면서 “대신 중고양주를 매입해서 팔면 병당 5000원~1만원씩 남아 꽤 짭짤한 장사”라고 털어놨다. 그는 “생각보다 팔려는 사람도 많아 하루 20여명정도 문의가 와서 실제 파는 사람도 절반 가량 된다”고 했다. 


실제 지난 7일 기준 금 1돈(3.75g) 가격은 16만363원으로 최근 1년새 최고가였던 19만1809원(2013년 8월 28일)에 비해 16% 급락한 상태다. 금값 하락과 함께 정부가 세수확보차 주류세 인상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점도 중고 양주트럭이 등장한 이유로 관측된다.

양주 매입상은 “중고 양주의 경우 주류도매 매장이나 인터넷을 통해 알음알음 거래됐는데 최근 수지가 괜찮다는 소문이 나면서 직접 트럭을 몰고 주택가로 나오는 매입상들이 늘었다”며 “장식품처럼 몇 년째 진열만 하고있는 양주를 사줘 고맙다고 하는 사람도 여럿”이라고 귀뜸했다.

이날 발렌타인 30년산과 21년산 각 1병씩과 헤네시 X.O 1병등 총 3병을 판 아파트 주민 박모(65)씨는 현금 33만원을 손에 쥐었다. 각 15만원과 12만원, 6만원으로 평가됐다. 박씨는 “먹을 사람도 없고 팔지도 못해 처치곤란이었는데 애물단지 치우고 돈까지 받으니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중고양주 가격은 면세점 판매가와 도매주류 시장가가 함께 반영된다. 케이스의 유무와 형태에 따라 가격이 갈린다. 구형보다 신형의 가격이 높고 케이스가 없는 ‘알병’의 경우 가격은 급락한다. 수요가 많거나 절판된 양주는 면세점가보다 높게 쳐주기도 한다. 임페리얼,스카치블루 등 국산 중고양주의 가격은 몇 천원대에 불과하다.


이렇게 매입된 양주는 주로 서울 황학동 벼룩시장이나 남대문 수입상가 등에서 재판매 된다. 양주매입상은 “요즘 단체 등산객이 많이 찾고 평소에는 접대용, 선물용으로 구입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휴가철과 추석명절을 앞두고 중고 양주의 수요는 더욱 늘고 있다는 게 양주 매입상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불법’이다. 현행 주류법에 따르면 주류는 허가를 받아야만 제조 및 판매가 가능하다. ‘무면허 주류판매’시 판매자와 매입자ㆍ재판매자 모두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인 간 양주 거래는 면세범위로 들어 온 술을 여러 병 소지하는 등 세금을 누락할 가능성이 커 금지되고 있다”면서“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도 엄격하게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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