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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박도제> 세월호 ‘적폐’ 의 또다른 분야…산업재해
전국 각지에 마련된 세월호 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노란 리본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 서울 시청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도 그랬다. 빼곡히 늘어선 노란 리본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글들이 가득했다. 특히 선실에 대기하라는 지시에 따르다 빠져나오지 못한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는 노란 리본은 유난히 많았다. 이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기성세대가 쏟아내는 처절한 자성의 목소리이다. 이번 사고가 한 개인의 실수를 넘어 정부의 오랜 폐단이 만든 관재(官災)이며, 압축성장 속에 깨진 창문을 방치한 결과라는 점에서 누구 하나 이들의 죽음 앞에서 당당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의 거울’ 역할이 주어진 기자 또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과거 조선업계를 출입할 때 상선뿐 아니라 여객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더라면, 고용노동부 출입할 때 선장과 선원의 직업윤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면, 국회 출입하면서 선박 관련 법안을 한번 더 들춰봤더라면….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사건이 하나의 원인,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닌 60년간 누적된 적폐(積弊)의 결과라는 점에서 다양한 사회문제를 비춰야 하는 기자에게도 죄책감으로 다가온다.

세월호 침몰한지 보름이 지난 5월 1일은 ‘노동절’이다.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를 향상하고 안정된 삶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직장 근로자 2명중 1명의 월급이 200만원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이날 만큼은 노동자의 권익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비정규직의 열악한 근로여건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올해 노동절에는 권익과 더불어 ‘직업윤리’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승객보다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기본적인 직업 윤리를 가졌더라면 희생자는 많지 않았을 것이고, 국민의 공분도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안전 후진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다. 이런 일이 세월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매년 산업현장에서 산재로 죽어가는 2000명의 노동자 또한 적폐의 희생자이다. 건설현장에서 안전 관리만 제대로 했다면 추락사고 등으로 사망하는 근로자 수는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의 업무성 사고 사망만인율(산재보험 가입 근로자 1만명당 업무상 사망자수)은 0.71에 이른다. 이는 미국(0.38), 독일(0.18) 영국(0.05) 등에 비해 상당히 높다. 안전 후진국을 보여주는 또다른 수치이다.

산재 사망자 이외에도 적폐의 결과물로 이해되는 수치는 수두룩하다. 매년 1만4000명에 이르는 자살자, 6000명에 이르는 교통사고 사망자도 관련이 있다. 산재 사망자를 비롯해 자살자, 교통사고사망자 등 우리 사회의 부실한 시스템 속에 죽어가는 인명만 2만명을 넘고 있는 셈이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났듯이 60년 적폐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이번에 바로 잡아야 한다. 세월호 침몰 이후에도 이전의 모습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우리의 자녀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침몰할 것이다. 사회 일원인 우리 모두가 ‘권리’보다는 사회적인 ‘의무’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노동절이 됐으면 한다. 

박도제 정치팀장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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