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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끝없이 과거사 반성하는 독일, 군국주의 망령 사로잡힌 일본…한국, 對日 견제 묘안은
유럽의 맹주 독일…아시아의 맹수 일본
1970년 12월 7일 바르샤바를 방문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무명용사의 묘를 참배하던 중 무릎을 꿇었다.
“나치에 희생된 영령들을 대하는 순간 할말을 잃었다…나는 인간이 말로써 표현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을 했을 뿐이다 ”

2013년 4월 30일 주권 회복의 날 행사가 끝날 즈음 군복을 차려입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탱크에 올라갔다.
“저는 건강한 일본을 반드시 회복하겠습니다…젊은이들이여 함께 노력합시다, 천황폐하 만세! 만세! ”



1970년 12월 7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방문한 당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무명용사의 묘에 참배하던 중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이듬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그는 이런 말도 남겼다. “독일의 가장 치욕스러운 역사를 증언하는 곳에서, 나치에 희생된 수많은 영령들을 대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인간이 말로써 표현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을 했을 뿐이다.”

43년 뒤인 2013년 1월 30일. 히틀러 권력 장악 80주년인 이날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치 독일에 대한 과거사 재정립 없이는 주변국과의 화해는 물론 독일 역시 스스로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반성문을 써내려갔다.

불과 4개월 뒤인 4월 30일.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이 미국 군정하에 있다가 이를 벗어난 날을 기념해 만든 ‘주권 회복의 날’ 행사가 끝날 즈음 군복을 차려입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군용 헬멧까지 착용하고 일본 자위대 탱크 위에 올랐다. 그리고 아베 총리는 이렇게 외쳤다. “저는 건강한 일본을 반드시 회복하겠습니다. 특히 젊은 여러분은 큰 힘이 있으므로 함께 열심히 노력합시다. 천황폐하 만세! 만세!”


68년 전 역사의 굴레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한 쪽은 ‘유럽의 맹주’로, 다른 한 쪽은 ‘아시아의 맹수’로 돌아왔다.

독일은 ‘치욕스런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지금도 몸부림치고 있다. 지금도 “과거의 잘못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역사의 짐을 나눠지라”며 어두운 과거사를 숨김없이 가르치고 있다. 심지어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아우슈비츠와 부헨발트 등 25개 강제수용소의 생체실험장, 시체소각장 등을 통해 나치시대의 만행을 확인하고 어두웠던 역사를 경험해야 한다. ‘유럽의 맹주’ 독일이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닌 것이다. 끊임없는 과거 반성의 토대 위에 튼튼한 골조를 세우고 지붕을 얹은 결과가 오늘의 독일인 셈이다.

거꾸로 ‘아시아의 맹수’ 일본은 치욕스런 역사를 되레 ‘건강한 일본’으로 포장하며 한국과 중국, 동남아 국가들에서 68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동아시아가 68년간 계속되는 과거와의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화해는커녕 미래를 기약하지 못하는 것도 일본의 야욕이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의 ‘건강한 일본’은 평화헌법을 무력화하는 것도 모자라,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를 한반도에 파병할 수 있도록 집단적 자위권 행사 범위를 넓히는 작업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보통 국가, 건강한 일본’이라 강변하지만 실상은 68년 전과 마찬가지로 재무장에 이은 군국주의의 야망을 노골화한 셈이다.

‘집단적 기억 상실증’에 걸린 일본이 제 스스로 ‘치욕스런 과거’를 떨쳐 버릴 수 없다면, 이제는 우리가 일본으로 하여금 진정한 역사 반성을 하게끔 해야 한다는 주장도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귀머거리 일본을 향해 “반성하라”고 고함만 지를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계기를 만들고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방법은? 외교력을 동원한 ‘일본 고립론’은 동북아를 둘러싼 안보정세를 고려할 때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글로벌 G2, 미국과 중국이 맞서있는 동북아 평화 안보의 ‘키맨’은 한국이다. 미국은 일본과 한국의 동맹을 발판으로 동북아에서 주도권 행사를 노리고 있고, 중국은 한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정치 군사적인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외교ㆍ안보 정세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이나 군사적인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이 대등한 위치에 있다는 내용에서 출발한다. 한국의 군사력 순위는 전 세계 8위이며, 핵무기를 제외하면 200개국 중 5위의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한다.

외교에 정통한 한 정치권 인사는 “일본의 도움이 절박해서 한일협정을 체결해야 했던 1965년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며 “일본을 견제해야 하는 중국과, 그리고 동북아 평화에 구멍을 만들고 있는 ‘고삐 풀린 망아지’ 일본을 그대로 놔둘 수 없는 미국 사이에서 우리가 일본 고립 전략을 구사하면 일본으로서도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석희ㆍ원호연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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