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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제2부 집짓기 <40> 목조건축에 대한 오해와 진실
우리나라에서 공동주택 건축에 목구조 건축이 가능하게 되기까지 가장 큰 난관은 목구조의 내화성능을 인증받는 일이었다.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1백 년 전부터 사용돼 온 목구조 공법이 우리나라에서 실용화되기까지 넘어야 했던 가장 큰 산은 ‘목재는 불에 약하다’는 선입관이었다.

콘크리트나 철골 구조물에 비하면 목재는 확실히 불에 약하다. 그러나 물성 그 자체로서 불에 약한 것과 건축 구조물로서 불에 약한 것은 분명히 다르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목재는 물성 자체가 불에 약하기 때문에 구조물로서 화재에는 오히려 안전하다.

그 원리는 이렇다. 화재에 대한 내화성을 따지는 기본 바탕은 불이 났을 때 사람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다. 모든 공동주택 구조물에서 기본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세대 간 벽체의 내화성능 1시간은 바로 옆집에서 불이 났을 때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캐나다에서 일반화된 목구조 공동주택

문제는, 불이 난 바로 그 당사자의 주택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안전에 관한 것이다. 현재의 내화 규정은 세대 간 화재의 확산을 차단하는 성능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 이웃 세대와 구조적으로 분리된 단독주택은 아무 제약 없이 목구조로 건축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역설적으로 얘기하면 이웃에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불에 취약한 구조라도 건축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와 관련해서 모 방송사에서 흥미 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일반적인 콘크리트 주택에 실제 방화를 해서 집 전체로 불이 번지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 본 것이다. 전혀 불을 끄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집 전체로 불이 번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불이 번지는 통로 구실을 해서 쉽게 확산된 것이다.

반면에 목조주택은 구조재 자체가 불에 타는 물질이다. 쉽게 타기는 하지만 구조재 자체를 태우면서 불이 번지기 때문에 확산되는 속도는 콘크리트 구조물에 비해서 오히려 느리다. 목구조의 역설적인 안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목구조 화재실험(60분 경과) - <왼쪽> /   목구조 화재실험(85분 경과)

지난 2008년 1월 한국건설기술원에서 실시한 목구조에 대한 내화성능 실험에서는 반대편 벽체에 불을 붙인 후 85분이 경과해서야 비로소 반대편 벽체로 불길이 번져 나오는 것이 입증됐다.

목구조에 대한 두 번째 오해는 다른 건축물에 비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일본에서 목조건축이 활성화된 결정적인 계기는 1995년 고베 대지진이었다. 수천채의 가옥이 붕괴된 대지진의 현장에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원형을 보전하고 있는 주택의 상당 부분이 경량목구조 주택이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일본에서는 북미식 목조주택이 활성화돼 지금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대의 목조주택 자재 수입국이 됐다. 목재의 등급을 매길 때 최상급 자재를 ‘J-Grade’라고 하는데 여기서 ‘J’는 바로 ‘Japan’의 약자이다. 세계 목재 시장에서 일본의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일반주택의 내진성능에 관한 한 아직까지 목구조 건축물보다 안전한 공법은 없다. 격자형 짜맞춤 구조로 지어지는 목조주택은 목재가 부재와 결합되면서 자재 자체의 내력보다 약 12배의 구조내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일본에 주로 수출되는 ‘J그레이드’목재


그리고 결정적으로 구조물이 붕괴되었을 때 목재는 벽체 전체가 무너지지 않고 자재간의 연결부위가 서로 지탱하는 역할을 하여 사람이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생긴다. 하지만 콘크리트 구조물은 삼풍사태의 사례처럼 벽체나 슬래브 전체가 무너져 엄청난 인명 피해를 야기한다.

단순히 물성 자체가 강하다고 해서 구조물로서의 건축물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 부드러운 성질이 결합하여 가장 강한 구조물로 탄생하는 것이 목구조의 또 다른 장점이다.
 

(전원칼럼리스트,헤럴드경제 객원기자,cafe.naver.com/rmnews)

목구조 공동주택의 내부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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